[바둑] 조혜연 루이꺾고 '반상의 대파란' .. 흥창배여자바둑

"마녀는 천사에게 약했다"

"소녀기사" 조혜연(15)2단이 "반상의 마녀"루이나이웨이(37) 9단을 꺾어
세계바둑계를 경악시켰다. 조2단은 14일 한국기원내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회 흥창배 세계여자
바둑대회 결승3번기 1국에서 백으로 2백2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조2단은 1국만 더 이기면 새천년 세계바둑여왕에 등극한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바둑TV가 공동 주최하고 흥창이 후원하는 이번 대국은
중2년생 소녀가 세계최강의 루이9단을 격침시켜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2단은 활달한 포석을 발판으로 루이9단을 시종 몰아붙이다가 중앙전투에서
흑대마를 잡아 승세를 굳혔다.

포석단계에서 조2단이 실리를 취한 반면 루이9단은 세력으로 맞섰다.

하지만 두 기사는 승부사답게 일찌감치 상변에서 백병전에 돌입, 예측을
불허하는 혼전에 빠져들었다. 조2단은 끝내기에서도 노련미를 과시하며 루이9단을 따돌렸다.

침통한 표정의 루이9단은 결국 돌을 던졌다.

제2국은 오는16일 한국기원에서 속개된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3천만원, 준우승상금은 7백만원이다.

.루이9단의 남편 장주주9단은 대국전에 루이9단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며 우려했다.

루이가 설날연휴기간중 연습대국을 충분히 하지못해 감각이 약간 떨어진
상태라는 것.

루이9단은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빠짐없이 한국기원에 들러 기보익히기와
연습대국에 열중하는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이날 대국장에는 보도진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KBS TV와 MBC TV, 신문사 보도진들이 대국을 뉴스시간에 방송하기 위해
취재에 열중했다.

이번 대회 공동주최사인 캐이블채널46 바둑TV는 대국과정을 생중계했다.

또 같은 시각 한국기원 특별실에선 이창호9단과 최규병9단과의 기성전
결승 최종국이 열려 인터넷방송팀들도 한국기원을 메웠다.

.루이9단과 조2단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자기사들.

루이9단은 뛰어난 전투력으로 남자강호들을 꺽어 여자바둑팬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조2단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뱃심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루이9단을 꺾었던 것도 바로 강적에 주눅들지 않는
배짱때문이라는 분석.

한 바둑인 "바둑은 뱃심이 강해야 한다"며 "조2단은 심장이 튼튼한게 최대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