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벤처] (특파원 코너) 중국기업, 30,40대가 이끌어간다

중국 이치자동차는 33개 자회사를 거느린 중국 최대 자동차 그룹.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주옌펑 총경리의 올해 나이는 37세다. 중국 컬러TV 시장의 선두업체인 선전 캉자의 천웨이룽 사장.

그의 나이 41세다.

이들은 각각 자동차 가전업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신예 풍운아
들이다. 이밖에 30,40대 중국 젊은이들이 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사례는 많다.

전자제품 업체인 주하이진산의 융바이쥔 사장, 부동산업체인 둥팡의
장홍웨이 사장...

특히 정보통신업계에는 30대 사장 일색이다. 류촨즈(유전지.55) 총재가 이끌고 있는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롄샹(연상)
은 작년말 경영진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개편했다.

젊은이들의 유연한 사고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류 총재의 설명이다.

포털사이트인 신랑왕(신랑망)의 왕즈둥(왕지동) 사장, 소후(수호)의
장차오양(장조양) 사장,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8848넷의 왕쥔타오(왕준도)
사장 등의 젊은이들은 지금 중국 인터넷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젊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일고 있는 세대교체가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지요. 젊어지는 기업, 그들은 역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주식 베이징대 교수(제일제당 베이징 사무소장)는 중국 기업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들은 지난 196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중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문화대혁명 이후의 세대다.

우리로 치자면 대학 78학번 이후다.

그들은 대학시절부터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을 지켜 봤던 인물들
이다.

그들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안다.

정부 지시에 따라 생산하는 기존 기업의 타성을 거부한다.

시장 수급상황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경영을 혁신하고, 관료주의를 타파
하고 있다.

정보통신업계를 시발로 확산되고 있는 스톡옵션제는 젊은 기업들의 열린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상하이(상해)사회과학원의 왕리(왕일) 박사는 "지난 20여년간 추진된 개혁
개방 기간중 많은 노인 기업들이 업계에서 사라졌다"며 이 기간을 겪으며
살아남은 기업의 특징은 젊은 피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계의 젊은 사장 돌풍은 공산당이 주도하고 있는 정치인 관료
나이 낮추기(연경화)와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젊은 사장들의 또 다른 특징은 국제화됐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분은 80~90년대 해외 선진 경영기법 및 기술 도입을 위해 현장
에서 뛴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은 해외시장 공략의 사령관으로 변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롄샹은 중국 컴퓨터시장을 석권한 뒤 작년 초부터 동남아와 미국으로 저가
PC를 수출하고 있다.

선전 캉자의 천 사장은 올해를 세계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미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에 지점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동남아 컬러TV
시장에서 한국 일본 미국 등의 업체와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기업문화를 바꾸고 있다.

국가와 기업이 평생을 보장해 준다는 철밥통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주구성으로는 국유기업이지만 실제로는 사영기업처럼 운영
되고 있다.

선전 삼성전관합작법인의 김창곤 이사는 중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젊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합법적인 해고에 반발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젊은 기업인들은 아직도 관료주의와 부정부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기업들을 압박해 가고 있다.

중국 당국도 이들을 앞세워 업계 세대교체 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모습이다.

관영 언론들이 젊은 기업인의 경영혁신 사례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게
이를 말해 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