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 현장을 가다] '풍산' .. 반목 접고 화합의 새길로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바꾸자"

18일 오후3시 울주군 온산읍 (주)풍산 온산공장. 80년대 후반이후 극심한 노사분규로 홍역을 앓았던 이 회사 노사가 항구적
무쟁의, 무파업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다지는 노사협력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노사 양측은 "한 가지라도 세계 최고가 돼야 경제가 산다"고 외쳤던
창업주 고 류찬우 회장의 정신을 기리며 노사화합을 다짐했다.

회사측은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노사갈등이 첨예했던 지난90년 해고자와
강성노조원의 회사진입을 막기위해 정문 담에 세웠던 "철의 장막"을 10여년
만에 철거했다. 이날 노사는 3개항의 노사협력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무쟁의 무파업 실현에 앞장서고, 회사는 열린경영을 바탕으로
사원들의 복리증진과 근로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생산적 노사관계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노동운동의 매카"로 불려질만큼 노사분규가 잦은 울산지역
산업현장에 노사화합 분위기를 확산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풍산의 이같은 노사협력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풍산의 노사관계는 지난 87년 7월 노조설립이후 90년대초까지는 대립과 반목
이 끊이지 않았다.

90년대들어 10년동안 무분규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연평균 단체교섭기간이 50여일에 이를만큼 노사간의
불신과 불만은 여전했다.

IMF경제위기가 몰려오면서 이런 풍토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풍산 노조는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됐다.

정명수 위원장을 비롯한 풍산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8월부터 근로현장 곳곳
을 누비면서 "선생산성향상 후보상"을 기치를 높이 들었다.

이들은 3개월여만에 노조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노사협력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류회장이 타계하기 9일전의 일이었다.

풍산 노사는 이날의 노사협력 결의를 계기로 21세기 세계 최우량 신동기업
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