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작심3일병' 퇴치법..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아시다시피 지난해 말과 새해 벽두는 다른 때보다 좀 더 시끄러웠다.

천년의 분기점이 열리는 역사적인 때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새해 결심은 더욱 확고하고 원대했으리라.

"새해엔 날마다 하겠다" "새 천년에는 달마다 책 두 권을 읽겠다" "금연!"
등등 마음속에 또는 책상머리에 굵은 글씨체로 써서 붙인다.

하지만 그 맹세는 일주일 아니 사흘이 못 가 시들해지곤 한다. "다음 달부터..." "이번 급한 일만 넘기고 나서..." "이번 술자리에서만
딱 한 대 피우고"

자신에게 쑥스러운 나머지 슬쩍 넘어가는 말들이다.

다들 익숙한 표현이다. 나도 10년 전 스티븐 코비 박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작심 3일"의 희생자
였다.

일단 결심을 했지만 자꾸 못 지키면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되고,
또 속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속을 썩이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왜 그렇게 살았을까 싶고, 바보 같고 무모한 행동이었다 실천에 옮길 방법을 모르면서 배우려 하지 않고 그저 시작했으니 무모했고
무능하다고 자학만 했으니 바보같았던 것이다.

지난해 말 서로 떨어져 살고 있던 우리 식구 다섯은 하와이 외딴 섬에 모여
연중행사인 가족회의를 했다.

매년 가족사명서를 쓰기 위해 늘 하던 것이지만 새 천년을 맞았으니 특별
하게 하고 싶어 1년 전에 계획해 하와이에서 모인 것이다.

변호사인 둘째 딸이 제안했다.

"2000년 1년 동안 각자 꼭 해낼 수 있는 것 세 가지씩 발표합시다"

10년전이었다면 이 제안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저작이나 번역으로 책 4권을 내기로 했다.

둘째로 매주 착한 일 한 가지 하기, 셋째 건강관리로 등산을 70번 이상
하기로 했다.

경진생인 내가 이런 무리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나는 어떻게 "작심 3일병"을 퇴치했을까.

첫째, 중요한 것은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정하는 일이다.

새 천년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는 해, 직장을 옮긴 해, 연봉제가
시작된 해.

이런 것들을 변화의 시점으로 삼는 것이다.

정초의 계획이 좀 흐지부지 됐더라도 새롭게 터닝포인트를 정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새 천년 첫 설날부터" "뉴밀레니엄 첫 결혼기념일부터"식으로 뭔가 새로운
계획을 실행할 날짜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보면 "용의 해에 나이 40이 된 내가 새 천년 40일째 되는
날부터..."처럼 자기 나름의 뜻 있고 생생한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여러 결심 가운데 자기의 가치관에 맞고 우선 순위가 높은 것을
골라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글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운동부족 독서부족 담배끊기라는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금연"보다 "독서"가 우선 순위가 높고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그는 독서부터 시작해 습관을 만든 다음 자신감이 생기면 다음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셋째, 장기계획 중간계획 일일계획 등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 책 12권을 읽겠다"고 맹세했으면 "올해 책 12권"이 장기
계획이고 "달마다 책 한 권" "주마다 책 1백쪽"이 중간 계획이다.

일일계획은 날마다 5~20쪽을 읽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지하철이나 화장실에서 책 5쪽은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의지력이다.

그래서 넷째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계획대로 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각자의 수첩(우리는 이것을 플래너
라고 부른다)을 활용하는 것이다.

바쁜 가운데서도 책을 다 읽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그것을 한달 뒤가 아니라 날마다 만끽하자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루를 계획하는 플래너에 "( )독서 ( )쪽"
이라고 계획을 세워 놓는다.

저녁때 5쪽을 다 읽었으면 "(V)독서 (5)쪽"이라고 자신있게 써넣는다.

흔히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은 플래너를 생산성 향상의 도구라고 하는데
"자학"에서 "자존"으로 바뀌면 업무의 성과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가족 때문에 고위직도 마다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먼저 계획하고 날마다 조금씩 실천함으로써 인생의
진짜 행복감과 만족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새 천년에는 모두들 작심 3일의 희생자가 되지 말고 작심 1백년의 프로가
돼 생산성 향상의 선구자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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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한양대 토목공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환경공학 석.박사
역서: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