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종달새'

삼동내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해 바른 봄날 한 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 정지용(1902~?) 시집 "정지용 시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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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종달새가 "지리 지리 지리리" 우는 소리를 "나를 놀려대"는 것으로
들었으니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러랴.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한 어려움을 이겼을 때의 안도감과 아무 것도 얻은게 없다는 상실감이
복합돼 있는데, 여기에서 현대인의 상징을 읽을 수도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