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월요토론) '경상수지 적자 대책'..토론 내용

올해 경상수지 흑자목표 120억달러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월 경상수지가 4억달러 적자를 보인데 이어 2월에도 15일 현재
14억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에다 엔저로 대외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화가치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금년 경상수지 흑자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5단체는 환율안정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적자행진을 보이고 있는 경상수지 관리대책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 왕윤종
유인열 ]


-금년들어 경상상수지가 적자행진(1월:4억, 2월15일 현재:14억달러)을
계속하고 있는데 일시적인 것으로 봐야하나 기조적인 것으로 봐야하나. 왕윤종 위원 =계절적인 요인으로 봐야지 적자기조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외환위기 기간중 비정상적으로 커졌던 흑자규모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수출이 안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1월에도 32%의 증가율을 보였다.

문제는 수입이다.

지난 1월 수입증가율은 46%였다.

수입증가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경기회복에 따른 자본재 수입증가에 원인이
있다.

수입액의 50% 이상이 원자재인데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상승했다.

유인열 이사 =기본적으로 같은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적자보다는 흑자감소폭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1월에는 항상 계절적인 요인이 있어 왔다.

1월의 4억달러 적자는 작년 동월대비 10억달러 정도 악화된 것이다.

2월에는 4억달러 정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작년 동월
대비 12억달러 악화되는 것이다.

악화 속도가 점점 커지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이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120억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왕 위원 =지금같은 고유가가 계속되고 엔저가 심화될 경우 120억달러
흑자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0억달러 목표설정시 유가는 23달러를 가정했는데 하반기에 유가가 다소
안정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20억달러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

서방각국이 엔고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엔저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가 경제성장 속도가 지난해 4.4분기의 10%대를 지속할 경우 금년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최악의 경우 50억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유 이사 =올해 경상수지 흑자 120억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도 문제지만 수출에도 문제가 많다.

수출이 전체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반도체, PC, 이동전화, TFT-LCD
4개 주력품목에 불과하다.

나머지 품목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대주력 품목은 이미 세계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확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높은 수출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품목의 수출회복이 관건이다.

-경상수지의 급속한 악화에는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이 주요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유 이사 =1200원대에서 안정됐던 달러환율이 작년 11월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불과 3개월 사이에 8%나 원화가치가 올라갔다.

원화가치가 10% 오를 경우 경상수지는 3년에 걸쳐 48억달러 악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같이 원화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수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

왕 위원 =가격 경쟁력에 크게 의존하는 전통 수출산업에 환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환율은 기업에 크게 불리한 수준은 아니다.

외환위기로 급격히 하락했던 원화가치가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측면이 있다.

최근의 경상수지 악화는 수출보다는 원자재 가격상승과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증가에 원인이 있다.

-엔저와 원고가 겹치면서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데 어느정도
심각한가.

유 이사 =우리 수출의 60%가 일본과 경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환율이 100엔당 1200원은 돼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1천원까지 떨어져 있다.

왕 위원 =엔저는 경상수지 악화요인임이 분명하다.

주요 서방국가들이 엔저를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120엔까지 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20~30억달러의 경상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달러당 1200원은 돼야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나.

왕 위원 =먼저 우리 환율이 고평가돼 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전 우리 환율이 10~15%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 있어 왔는데
1200원은 그때에 비해 30% 가까이 올라있는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달러당 1200원의 환율은 지속 가능한 환율이 아니다.

연말까지 10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지지할 경우 원화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기적인
자금유입이 돼 원화가치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유 이사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정환율은 1200원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수출 손익분기점은 1120원 수준이다.

최소한 1140~50원은 돼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외환수급 대책이 시급하다.

금융기관 및 공기업의 해외차입 속도를 조절하고 외자의존 방식의 기업구조
조정을 무조건 선호하는 풍조도 시정돼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자본수지 관리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왕 위원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를 위해서는 자본수지 흑자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상수지도 흑자고 자본수지도 흑자인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를 위한 정책수단은 환율과 금리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의 경우 금리가
자본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따라서 환율을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해서는 곤란하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지지할 경우 투기적인 자금유입으로 자본수지 흑자가
더욱 확대돼 원화가치 상승압력이 생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유 이사 =대내외 경제목표간 상충이 발생할 경우 현재는 대외목표를 더욱
중시해야할 시기다.

경상수지 흑자는 상당기간 유지돼야 한다.

자본수지 흑자규모를 줄여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외채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자본수지를 관리해야 한다.

싱가포르, 대만은 10년 이상 흑자를 지속하면서도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대외채무를 상환하고 해외투자를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

-수출촉진을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나.

유 이사 =환율, 임금, 금리 등 주요 가격변수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개입과 수급안정 대책이 없을 경우 원화가치는 불필요하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임금도 벌써 2자리수로 상승하고 있다.

환율과 임금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수출 채산성이 있을 수 없다.

구체적인 수출촉진책으로는 동남아 시장에 대한 연불수출 지원확대, 일본
중동에 대한 수출지원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회복, 일본의 외주수요 확대, 유가상승에 따른 중동의
오일머니를 우리의 수출로 연결시켜야 한다.

왕 위원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있어 전통적 수출주력 분야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환율에 의존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비가격 경쟁력을 확충하는데 힘써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