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사외이사제의 본질적 문제점

사외이사제도는 아무래도 문제가 적지않은 것 같다.

우선 전경련등의 실태조사결과만 봐도 그렇다. 사외이사들이 3번에 1번이상 이사회에 불참하고 있다니 내년부터 사외이사
비율이 50%이상으로 높아지게되면 의결정족수 미달로 이사회를 열지못하는
사례도 빈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욱이 사외이사중 88%가 이사회안건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이사회에
나온다는게 회사측 얘기이고 보면 사외이사제도는 뭔가 잘못돼가고 있는
감이 짙다.

사외이사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역할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있는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사회가 주식회사의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보면 그 구성원은
당연히 경영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어야할 것이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다는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회사측만 해도 그렇다. 사외이사중 경영인출신의 비중이 미국등에 비해 절반에도 훨씬 못미칠
정도로 낮은 반면 교수 변호사 전직공무원들의 비중은 반대라는 점만 봐도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

대주주나 회사측에서 주도해 선임한 사외이사들의 이런 구성은 한마디로
그들이 사외이사를 일종의 "구색"으로 보고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자리에 대한 청탁이 상장회사마다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따지고보면 맥락이 이어진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할 일도 없지만 대접은 받는 좋은 자리라는 인식이
일반화돼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측의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거부반응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스스로의 필요때문에 도입한 것도 아니고 회사에 대한 기여에 비해 유지
비용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월급에 임원책임배상보험료등을 합쳐 많으면 1억원이상 들어가는 사외이사
1인당 비용에 비해 얻는게 없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하기만도 어렵다.

그러나 사외이사제도가 경영투명성에 대한 시대적 요청의 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를 일종의 구색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의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더더욱 사외이사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쳐야한다.

상장기업의 87%가 사외이사수를 늘리는데 반대(전경련조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 절대로 능사일 수 없다.

사외이사비중이 절대적인 미국도 의무규정은 2인이상(뉴욕증시상장규정)으로
돼있다.

사외이사제는 기업이 그 긍정적 효과를 인식하고 스스로 늘리도록 점진적
으로 유도해나가는 것이 옳다. 무리하게 수만 늘리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국 하는 일은 없고 기업에 부담만
주는 자리를 늘리는 꼴이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