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프랑스 조달청 공개입찰 '그늘'

오랫동안 국가 예산을 탕진하는데 앞장서온 국가기관으로 지탄받던 프랑스
조달청.

수의계약과 외국업체를 배제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했던 탓이다. 이런 조달청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초 신임 청장은 부임한 즉시 새로운 구매규정을 제정하고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따른 결과로 작년엔 국수적이기로 유명한 프랑스 조달청 공개입찰에
일부 외국업체가 선정됐다. 외국기업들에겐 놀랄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일간지 라트리뷘은 조달청의 공개입찰 결과를 보도하며
자국 행정부의 외국 제품 구매 기피 현상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달청의 공개입찰에서 차량 공급업체로 선정됐으면서도
각 부처의 외국산 제품 혐오로 피해를 보고 있는 미국 포드사라고 전했다. 지난 99년 미국 포드사는 프랑스 행정부의 공무 차량 납품업체로 뽑혔다.

당시 수주량은 총 6천5백대.

하지만 지금까지 포드사가 납품한 차량 수는 당초 계약 물량의 절반을 조금
넘는 3천6백대에 불과하다. 당시 외국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행정부 차량 조달업체로 선정된 포드사는
승리의 기쁨을 외쳤다.

향후 일반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납품 만기일이 지난 지금 포드사는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그 어렵기로 유명한 프랑스 조달청의 공개입찰에는 성공했지만 해당 부처의
주문기피로 인한 피해가 엄청나다.

당시 포드가 제시한 차량 1대당 가격은 6천5백대를 공급하는 조건에서
산정됐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수주량의 55%만 공급함으로써 오히려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반면에 포드와 함께 각각 3천3백대와 1천7백대 수주한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와 푸죠는 전물량 공급을 마쳤다.

게다가 시트로엥의 고급 차량 XM의 경우 납품 만기일이 올해 말이지만 이미
전량 납품됐다.

조달청 한 관계자는 "제품 구입 여부는 해당 부처의 소관"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라트리뷘 신문은 행정부의 외국차량 혐오가 그 첫 번째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포드사는 제대로 불만도 표시하지 못하고 속만 끙끙 앓고 있다.

불평이라도 했다가 다음 공개 입찰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운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