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세기 프런티어) '기초과학지원연 정재준박사'

"유전물질이 손상될 경우에 생기는 암 당뇨병 에이즈 치매 등이 어떤
유전인자에 의해 어떤 시기에 발현되는가를 핵자기 공명(NMR) 현미경을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들 질병에 대한 치료도 4~5년 후에는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소의 정재준 박사는 지난해 9월 1.4마이크론 해상도의
NMR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생체에 해가 없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명체의 내부 구조를
관찰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암 등 유전병이나 뇌질환 등의 진전과정, 약물투여에 대한 시간적 반응
등을 단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정 박사는 이 현미경을 이용해 살아 있는 개체의 특정 유전인자 발현을
추적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 난치병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정 박사의 전공은 구조생물학.

NMR 현미경 등을 등을 이용해 생체 고분자의 입체구조를 분석하는 분야다.

DNA RNA 등의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단백질을 결정으로 만들어 보는 X선결정분광법과 NMR이 그것이다.

X선결정분광법은 그러나 수용액 상태인 세포를 결정화해 분석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상태의 세포를 정확히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 박사는 NMR를 이용해 RNA 헤어핀이라는 분자의 3차원 구조를 밝히면서
그것이 X선 결정분광법으로 분석한 결과와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학계에서 문제가 있다고 이론적으로 지적돼온 X선 분광법의 한계를 처음
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는 지난 1993년 예일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
들어 왔다.

처음에 그가 한 일은 핵자기공명 분광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그는 1년만에 수소핵 공명주파수 6백MHz 짜리 NMR를 만들었다.

당시 국내에 있던 것보다 훨씬 선명도가 높은 것이다.

그는 이 장비를 이용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분석에 나섰다.

이 바이러스의 RNA 프로모터(복제를 시작하는 부위)의 입체구조를 NMR로
풀어냈다.

이 연구결과는 독감을 예방의 단초를 제공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독감바이러스는 스스로 변이를 일으켜 코트프로틴(단백질 껍데기)을 바꾸기
때문에 생체내의 백혈구 등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독감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8개 RNA 분자의 프로모터 부위는 똑같은 염기서열로
구성돼 있죠. 따라서 이론적으로 프로모터 부위를 공격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들면 독감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정 박사의 연구결과는 현재 영국의 라이보타깃사가 넘겨 받아 독감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정 박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만해도 10여개.

모두 대학이나 다른 연구소와 공동으로 하는 것들이다.

정 박사는 "연구는 화학 물리 생물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다"
며 "함께 연구방법론을 세우고 분야별로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공동연구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 생화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