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정정만의 남성탐구) ''성적 가해자'의 기준'

"남성이 부모 허락없이 동성간 섹스를 할 수 있는 나이를 16세로 낮추자"

"안된다. 그냥 18세로 놓아 두자" 지금 영국 상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성간 성관계 허용 나이에 대한 공방
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영국은 대단히 보수적인 나라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면도 많다.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곳도 영국이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나라도 다름아닌 영국이지 않은가.

이렇게 도덕적 논란이 될 소지가 많은 문제에 있어서도 영국은 용감한
경우가 종종 있다.

16세로 바꾸자, 18세로 놔두자 하는 것은 이미 남자의 동성간 섹스 허용
연령이 18세라는 점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얘기. 우리나라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법조문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현행 18세를 16세로 낮추자는 개정안 때문이란다.

낮추자는 이유중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남녀평등. 영국 여자들은 이미 16세만 넘으면 부모의 허락없는 동성간 섹스가 허용
되고 있다는 것이고 부모 허락없는 이성간 섹스 허용연령 역시 16세란다.

그들의 공방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례를 두고 선진국은 사회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발빠르게 적응
하려고 하는지 깨닫게 됐을 뿐이다.

현실을 법에 충실히 반영하려는 노력을 성적인 측면에서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구시대적인 성적 차별대우가 엄존하고 남존여비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구도 아직 법적으로 존재한다.

반면 남성에게 불리한 조항도 분명히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간과 추행".

우리 형법 2백97조를 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고 바로 다음 조항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있다.

그러나 형법은 사전이 아니므로 강간과 추행의 의미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죄에 대한 법 집행의 규정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부녀자를 강간한 자라는 대목과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라는 대목이다.

다시 말하면 강간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 즉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성 구별이 명확한 범죄다.

따라서 여성이 남성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섹스를 해도 그 여성은 강간죄로
기소되지 않는다.

잘해야 강제 추행죄가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정말 불쌍한 남자들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