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학력 안주해선 성공못해" .. DJ, 서울대졸업식 치사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6일 서울대 졸업식장을 찾았다.

이날 졸업식장은 과거 서울대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참석했을 때 졸업생들이 야유를 하고 의자를 돌려 앉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연설 중간중간에 일곱차례의 박수까지 받았다.

김 대통령의 축사 직전에 이기준 서울대 총장은 "김 대통령과 함께 오신
부인 이희호 여사가 서울사대 출신으로 우리들의 동창"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내빈으로만 온줄 알았는데 아내가 새삼 서울대 졸업생이란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면서 "나도 이 대학의 준동창회원"이라고 조크한뒤
연설에 들어갔다. 참석자들의 첫번째 박수는 김 대통령이 "자랑스러운 자식을 앞세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졸업생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자 이
자리를 찾았다"고 말할 때 나왔다.

이날 김 대통령은 혼자 쓰다시피한 연설문을 평소보다 강하고 힘찬 어조로
읽어나갔다.

"인생의 선배"로서 성공을 얘기할 때는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김 대통령은 "만일 바르게 사는 것과 현실적 성공을 양자택일해야 할 때는
주저없이 바르게 사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성공은 반드시 바르게 사는 삶의 기초 위에 성공해야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전정신"을 강조할때는 졸업생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이제 학벌이나 학력에 안주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면서 "졸업생 여러분은 오늘 교문을 나서면서 서울대 출신임을 잊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민주화에 기여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김 대통령은 서울대가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점을 예로 들면서 "서울대의
투쟁과 희생을 통한 민주화의 공헌이야말로 이 나라 역사에 영원한 금자탑
으로 우뚝 설 것을 확신해마지 않는다"고 찬양했다.

김 대통령은 또 "근대화의 과정에서 서울대인들이 각자 맡은 바 영역에서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했던 점도 높게 평가돼 마땅하다"며 "서울대인의
우수한 역량과 높은 전문성은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성장을 이루는 원천이
됐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세계 대학 속에서 서울대가 차지하는 위상이 아직
미흡한 점이 안타까운듯 한국의 일류대학인 서울대가 이제 세계속의 일류
대학이 되도록 힘써 세계적 무한경쟁에서 우리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더 한층의 분발과 노력을 촉구했다.

급변하는 지식정보화시대에서 오늘의 새로운 지식이 내일에는 낡은 지식이
되는만큼 끊임없이 자기개발에 힘쓰고 새로운 사상과 창의로 무장하는 평생
학습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김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지난해엔 육.해.공사, 경찰대의 졸업식과
방송통신대 졸업식에만 참석했으나 올해는 서울대 교수들의 건의를 받아
서울대를 찾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