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협 실패책임 너무 가혹"...전 해양부과장 소송

한.일 어업협상에서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내 쌍끌이 어업 실태를
빠트린 이유로 지난해 10월 해임된 천인봉 전 해양수산부 어업진흥과장이
28일 "쌍끌이 협상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며 해임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서울 행정법원에 냈다.

천 씨는 소장에서 "협상 과정에서 쌍끌이와 외끌이 어업을 구분하지
않고 통틀어서 대형기선 저인망 어획량을 일본측에 제출한 것은
사실이다"며 "이는 쌍끌이 업계에서 제출한 어획량 등 자료가
불확실했던데다 일본 EEZ는 쌍끌이 어업의 주요 어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재협상을 통해 쌍끌이 어선의 일본 수역내 입어권을
확보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척도 조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천 씨는 이어 "한.일간 EEZ 제도 도입으로 일본 수역내 우리 어선의
어획량을 연간 21만t에서 15만t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쌍끌이
어업의 어획쿼터를 늘리려면 다른 어업의 어획쿼터를 줄여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쌍끌이 외끌이 트롤 업계를 포괄하는 대형기선저인망 수협
관계자는 "천씨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 지난해 일본 수역에서 조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재협상이 늦게 타결되는 바람에 조업 시기를 놓쳐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씨는 지난해초 한.일 어업협상 직후 "일본수역내 쌍끌이 어업 실태를
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던 중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1.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