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발굴 '붐' .. 클래식 발전 한계 인식

1997년 안드레아 보첼리의 앨범 "로만차"가 빅히트를 기록한 뒤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를 발굴하려는 음반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가능성이 엿보이는 아티스트를 우연히 캐스팅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음반녹음과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워너뮤직이 여성 보컬인 플리파 지오다노의 데뷔앨범을 에라토
레이블로 발매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 메이저 음반사들은 이에 따라 보첼리(필립스), 사라 브라이트만
엠마 샤플린(EMI), 레슬리 가렛(BMG), 샬롯 처치(소니) 등 각 음반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을 한명 이상씩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도 워너뮤직이 유럽출신 남성 보컬을 오는 5월에 데뷔시킬 예정이고
다른 음반사들도 특색있는 아티스트들을 새로 캐스팅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정통 클래식음악과 10대 중심의 팝음악으로 양분됐던 기존
음반시장에 새로운 틈새시장을 만들고 있다.

성인취향 음악(Adult contemporary), 이지리스닝(Easy listening) 등의 분류
로는 꼭 들어맞지 않는 새로운 장르가 형성되고 있다.

워너뮤직의 서동진 부장은 "유럽 음악계는 그네들의 전통음악인 클래식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데 할만큼 했다고 보고 있다"며 "대중음악으로 지평을
넓히고 아프리카 남미 중동 인도 등지의 민속음악쪽으로 관심을 뻗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카운터테너 붐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바로크시대 성가곡과 아리아를 주로 부르던 카운터테너들이 팝과 뮤지컬
명곡을 레파토리에 추가시키면서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찾던 음악 소비자들을
흥분시킨 것이다.

앙드레 가뇽, 유키 구라모토, 조지 윈스턴 류의 뉴에이지풍 음악의 인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흐름을 "크로스오버"로 보면 70년대 플라시도 도밍고가 존 덴버
와 함께 부른 "Perhaps love",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크로스오버 음반,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와 바네사 메이의 파격적인 연주와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이미 명성을 얻은 세계적인 성악가와 기악중심의
크로스오버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라 브라이트은 뮤지컬 가수, 지오다노와 샤플린은 팝가수 출신이다.

보첼리도 성악을 정통적으로 공부했지만 발성과 창법이 기존 성악가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결국 처음부터 크로스오버를 할 수 있는 신선한 음색과 가창력을 갖춘
보컬들이 최근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지오다노는 레파토리면에서는 브라이트만과 큰 차이가 없지만 기본적
으로 팝의 언어로 클래식을 소화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굳이 장르를 구분짓는다면 "팝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