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설땅없는 자동차딜러들'

미국 3대 거짓말쟁이는 누굴까.

미국인들은 첫째 리차드 닉슨, 둘째 빌 클린턴, 그리고 셋째로 자동차
딜러를 꼽는다. 이것 저것 바가지 씌우기 일쑤인 미국 자동차 딜러들을 비꼬는 대표적
농담이다.

그러나 자동차 딜러들의 거짓말도 이제는 설 땅이 없어져 가고 있다.

다름 아닌 인터넷이 몰고 온 변화다. 웹사이트 몇 군데만 둘러보아도 딜러들이 제시하는 제품정보보다 더 상세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www.CarsDirect.com, www.CarOrder.com, www.Greenlight.com
등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소비자가 원하는 차가 어디에 몇 대나 있는지
(availability), 선택사양(option)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은행융자는 몇%에 가능한 지, 그리고 그 이자율에 따라 매월 내야하는
할부금은 얼마나 되는 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쓰던 차를 내다 팔 경우 받을 수 있는 처분가격(resale
value) 또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새차가 아닌 중고차의 경우에도 해당차가 지금까지 얼마나 달린 차
(mileage)인지, 소유주가 몇 번이나 바뀐 차인지, 그 차가 언제 어디서
어떤 정도의 사고를 낸 차인지 등의 차력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보험회사에서 보상처리를 받은 정보가 이들 웹사이트에 데이터베이스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결국 딜러들은 이제 정보경쟁력이 한층 강화된 수준높은(?)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한 고객이 미국에서 인기가 높아
웬만해서는 할인해주지 않는 캐딜락 드빌 DTS를 정가인 4만9천달러보다
4천달러나 싸게 주고 산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들의 정보수집은 폭발적으로 늘어 97년에는 소비자들
중 16%만이 인터넷을 통해 시장조사에 나섰지만 98년과 99년에는 그 숫자가
25%와 40%로 늘어났으며 수년내 거의 모든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높은 정보수집열기에도 불구하고 차거래까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규모는 현재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는 2002년이 되더라도 그 비율이 9%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 딜러들의 위협을 느낀 자동차 딜러들이 주정부에 압력을 넣어
기존딜러를 통하지 않고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주 정부로서도 딜러들을 감쌀 수밖에 없다.

자동차관련 세금이야 말로 주정부수입의 대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e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최소한 3년동안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게 해놓은
현 상황하에서 무턱대고 e트레이드를 허용해버리면 그 어느 소비자도 기존
딜러를 찾으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딜러들과 주정부가 살기 위해 당분간 담합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하지만 자유경쟁이념을 주창하고 있는 미국에서 소비자들의 권익보호가
침해되는 이같은 규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이같은 규제완화는 이루어질 것이고
소비자들은 보다 자유로운 선택기회를 가지게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딜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딜러들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GM, Ford, DaimlerChrysler 등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들은 이제 딜러들을
제치고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겠고 움직이고 있다.

지난 25일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 부품 공급 업계 및 딜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업간 전자상거래 포털 사업을 합작 추진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그
대표적인 예다.

닷컴회사들의 가공할 위협에다 제조업체들의 직접판매 협공까지 받게 된
것이다.

결국 딜러몰락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제조회사직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업계는 남의 일이라며
안이하게 보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웹사이트에는 분명 국경이 없다.

한국 소비자들도 PC만 있으면 이들 완벽한 정보를 담고 있는 가공할
웹사이트를 누구나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매력을 느낄 경우 무너진 국경담을 넘어 얼마든지 유리한 선택을 하고 이를
거래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정말 빨리 변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