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벤처] 세미나 : '한국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대응과제'

한독 경상학회는 지난달 25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아회 회의실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대응과제''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박희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부품조달의 효율성을 확립하고
e-비즈니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조발제와 토론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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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발제(이두환 국제경제조사연구소 박사) =한국 자동차 산업은 30년
만에 급속한 성장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아왔다.

90년부터 97년까지 대규모 설비투자를 했지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94년 국내 자동차 조립생산 설비는 90년에 비해 1.5배 규모로 확장됐다. 또 95년부터 97년까지 삼성자동차를 포함, 신규 설비 증가는 1백30여만대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내수증가율은 평균 0.8% 하락했다.

자동차 업체의 최소효율 규모가 단위공장당 25만대, 기업단위에서는
2백만대에 이르러야 한다는 자동차업계의 통설을 맹신한 설비확장이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게 한 것이다. 이에 따른 후유증은 엄청났다.

현대차를 제외하고 자동차 산업에 손을 댄 대부분의 업체가 부도나 부도직전
상태로 내몰렸다.

IMF체제에 들어가자 국내 업체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되었다.

97년 12월 쌍용차를 대우차가 인수했으며 1년 후에는 기아를 현대차가
인수했다.

또 대우차 삼성차는 해외업체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 산업이 해외에 종속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단기적 불황에도 견디지 못하는 허약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국자동차 산업의 허약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이 필요한가.

첫째는 역량강화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가격 품질 안전과 성능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세가지 차원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생산성, 리드타임, 작업공정,
품질 제조성, 기술, 부품업체의 효율적 관리 등이다.

그러나 이 역량은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또 역량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잉여시설을 보유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윤
악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업체는 우선 일본의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하는 조립업체의
생산, 기술력 등을 개선해야 한다.

또 불황시 겪는 현금 유동성 문제도 극복대상이다.

유동성 문제를 부채탕감으로 극복하더라도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생산 감소 시기가 왔을 때 항상 부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는 양산모델의 개발이다.

기본적 역량이 갖춰져 있더라도 개발된 모델이 대량 판매되지 않는 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다.

이를 타개해 나가는 방법은 플랫폼당 생산량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5개 정도의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연산 80만~1백50만대 정도의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 최소효율
규모다.

자동차 산업에서 규모는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 자동차 생산동향을 보면 플랫폼당 생산대수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만대 이상이 생산된 양산모델 수는 90~94년에 단 3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모델수는 16개에서 26개로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10개
모델 가운데 1개 정도만 최소효율 규모에 접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장수요의 패턴과 소비자의 시각변화, 경쟁사의 제품개발 경향 등을
분석하고 3~4년 후 제품성향을 예견하는 능력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들면 팔린다는 인식이 연구개발에 소홀하게 만들어 발생한 결과다.

또 해외시장을 겨냥한 틈새차종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개발조직의 필요성도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셋째는 부품조달의 효율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외주비율은 95년 기준으로 65%에 이르며 부품업체가 총
제조비용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조립공정의 효율성이 높아지더라도 부품의 품질과 비용에 문제가 있을 경우
경쟁력 개선은 어렵다.

한국의 부품산업은 영세성과 개발능력의 취약성, 경쟁체제 미비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부품거래선을 다양화하고 단품이 아닌 복수발주를 통해 경쟁촉진과 규모의
경제를 유도해야 한다.

또 부품업체가 코스트 절감에 성공할 경우 이를 부품업체의 이익으로
보상하는 인센티브 제도 도입도 시급하다.

정중재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한국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논할 때
가격 경쟁력을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시장과 폴란드 시장에서 느끼는 가격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국차의 판매가 88년을 기점으로 격감했지만 일본차는 엔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 점유율이 계속 신장했다.

즉 가격차이가 가격경쟁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98년 12월말을 기준으로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한국차의 최종소비자
가격은 경쟁차와 비교했을 때 소형차는 거의 없고 중소형차는 10%,
중형차에서는 2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비용은 95년에 이미 일본의 수준을 6.5% 뛰어 넘었고 생산성을
일본의 50~60% 수준으로 잡았을 때 국내 업체가 갖고 있는 가격경쟁력은
부품업체의 희생을 기반으로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품조달의 효율성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자동차업체간 부품거래구조를 개방적으로 유지하고 부품생산 업체의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성능에서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부품업체의 발전을 기반으로 해야 한국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e-비즈니스와 자동차 산업의 결합이라는 문제도 중요하다.

노조의 반대가 있긴 하지만 노동력 절감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수준의 향상과 옵션의 다양화 등도 꾀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4위의 e-비즈니스 시장이라는 기반을 갖고 있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박사 =포드가 일본 마쓰다를 인수한 후 두가지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하나는 마쓰다의 기업문화와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좋은 기업이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결정적 약점은 경영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오너에 의해 지배되고 전문경영인들의 주장은 관철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그러나 한국자동차 산업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유일하게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품질면에서도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나름대로의 수준에 올라가고 있다.

시장이 좋았으면 강제적 통합의 길을 걷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잠재성의 측면을 볼 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