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먼지 경보

깨끗하고 건조한 공기는 대부분 질소(78.1%)와 산소(20.9%)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1%가량이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 몇 가지의 기체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의 성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 대기오염은 생태계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악화돼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

대기오염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은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그리고 먼지(분진)다.

이들 일차적 오염물질은 다시 복잡한 과정의 반응을 거쳐 스모그현상 산성비
온실효과 오존층파괴 등의 이차적 오염을 일으킨다. 대기오염은 19세기 산업혁명 말기부터 가속화된 산업화가 그 주범이다.

하지만 미국이 1955년 영국이 1956년에 청정고기를 위한 법을 만든 것을
보면 인간이 정작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OECD의 1999년 환경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단위면적당
대기오염물 배출량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멕시코보다도 14~20배나 높다니 놀라울 뿐이다.

자동차매연 등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배출량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미세 먼지는 OECD권장치의 두배에 이르고 있다.

먼지는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가는 국민건강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미세 먼지는 기관지나 폐 등 몸속에 축적돼 암이나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기도 하는 위험 물질이다.

지난 4일 인천지역에 올들어 처음 "먼지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3월 대기환경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인천시가 "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세번째 경보발령이다.

미세먼지 측정결과 2백8미크론입방m(기준치 1백50미크론입방m)에 달했기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부터 5월까지 몽골이나 중국북부 황토지대에서 날아드는
황사현상 때문은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정부의 환경투자는 수질관리에 집중돼 왔다.

난방연료를 벙커C유에서 천연가스로 대체하고 압축천연가스 버스도
도입했지만 거리의 매연차량은 여전하다.

그래서 수도권의 하늘은 늘 잿빛으로 덮혀 있다.

대기오염 관리는 중국과 일본을 빼고 우리만 노력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지난해 서울에 이어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환경장관회의가
대기오염 공동조사를 결의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희승의 표현처럼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우리 하늘"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