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미국 선거와 '527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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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을 맞아 참여연대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한국 TV화면을 점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 미국 TV에도 "주장광고(Issue Ad)"라
불리는 정치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번 "수퍼 화요일" 예비선거를 분기점으로,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후보가 최종주자로 맞붙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광고
는 그 빈도와 강도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이곳의 전망이다.
TV의 "주장광고"를 사들일만한 주체는 공화 민주 등 정당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뜯어보면 "527 위원회"라 불리는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527위원회라 불리는 이유는 이들 단체에 헌금을 낸 인사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한 미조세법(Tax Code) 527조를 십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527 위원회는 5백 달러 정도의 변호사비용만 들이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기부금액에 제한도 없다. 미국에 얼마나 많은 527위원회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등록도 필요 없고 따라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도, 또 이를 접수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에라 클럽(Sierra Club), "전국낙태금지위원회(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 "조세개혁운동"(Americans for Tax Reform),"
"미국노동자연맹(AFL-CIO)" 등 50여 개의 대형 527위원회들은 수백만 달러를
써가며 총기문제, 낙태, 마약, 담배, 깨끗한 공기, 종교적 신념 등을 주제로
나름대로의 주장광고를 해 댄다. 이들 527 위원회가 사들인 TV광고는 96년 1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98년에는 2억6천만달러로 늘었다.
최근엔 경기활황으로 미국시민들의 호주머니가 훨씬 더 두둑해졌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도 그 주장광고를 사 들이는 액수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527위원회는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처럼 인명을 거명해가며 노골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그 형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다만 자기들이 내건 주장을 외치다 보면 그것이 특정후보에게는 득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후보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후보들은 어떻게 하면 주장광고에 따른 희생을 최소화할 것인가에
골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실시된 미시간 예비선거기간 중 Sierra Club은 미시간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지 부시에게 (텍사스의) 물과 공기를 정화하라고 요구하자"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미국에서 공기오염상태가 가장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텍사스의 공기도
깨끗하게 만들지 못하는 부시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투의 간접적 낙선운동
(negative ad)이다.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부시는 미시간에서 매케인에게 고배를 들어야 했다.
반대로 전국흡연가연맹(National Smokers Alliance)과 "조세개혁운동"은
사우스 케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매케인에게 독이 되는 주장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메케인이 담배세인상에 찬성하는 등 흡연가들과 기업에게 불리한 입법입장을
취해 온 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매케인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이다.
예비선가가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전이 개막되면 TV는 주장광고들간의 치열한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인터넷 상거래 과세에 반대하는 단체, 개인비밀보장과 관련한 금융기관의
입장을 옹호하는 단체, 그리고 사회보장제도에 묶여 있는 의료단체들이
대대적인 주장광고를 펼칠 태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527위원회와는 달리 당에 헌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과 액수를
밝혀야 하는 등 선거법의 규제를 받는다.
주장광고를 사들일 때도 비용의 65%는 출처를 안밝혀도 되는 정치자금
(soft money)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35%는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금
(hard money)을 써야 한다.
따라서 정당들이 이같은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527위원회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어찌됐건 선거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
있다.
마찬가지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 미국 TV에도 "주장광고(Issue Ad)"라
불리는 정치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번 "수퍼 화요일" 예비선거를 분기점으로,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후보가 최종주자로 맞붙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광고
는 그 빈도와 강도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이곳의 전망이다.
TV의 "주장광고"를 사들일만한 주체는 공화 민주 등 정당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뜯어보면 "527 위원회"라 불리는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527위원회라 불리는 이유는 이들 단체에 헌금을 낸 인사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한 미조세법(Tax Code) 527조를 십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527 위원회는 5백 달러 정도의 변호사비용만 들이면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
기부금액에 제한도 없다. 미국에 얼마나 많은 527위원회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등록도 필요 없고 따라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도, 또 이를 접수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에라 클럽(Sierra Club), "전국낙태금지위원회(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 "조세개혁운동"(Americans for Tax Reform),"
"미국노동자연맹(AFL-CIO)" 등 50여 개의 대형 527위원회들은 수백만 달러를
써가며 총기문제, 낙태, 마약, 담배, 깨끗한 공기, 종교적 신념 등을 주제로
나름대로의 주장광고를 해 댄다. 이들 527 위원회가 사들인 TV광고는 96년 1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98년에는 2억6천만달러로 늘었다.
최근엔 경기활황으로 미국시민들의 호주머니가 훨씬 더 두둑해졌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도 그 주장광고를 사 들이는 액수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527위원회는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처럼 인명을 거명해가며 노골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그 형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다만 자기들이 내건 주장을 외치다 보면 그것이 특정후보에게는 득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후보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후보들은 어떻게 하면 주장광고에 따른 희생을 최소화할 것인가에
골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실시된 미시간 예비선거기간 중 Sierra Club은 미시간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지 부시에게 (텍사스의) 물과 공기를 정화하라고 요구하자"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미국에서 공기오염상태가 가장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텍사스의 공기도
깨끗하게 만들지 못하는 부시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투의 간접적 낙선운동
(negative ad)이다.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부시는 미시간에서 매케인에게 고배를 들어야 했다.
반대로 전국흡연가연맹(National Smokers Alliance)과 "조세개혁운동"은
사우스 케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매케인에게 독이 되는 주장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메케인이 담배세인상에 찬성하는 등 흡연가들과 기업에게 불리한 입법입장을
취해 온 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매케인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이다.
예비선가가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전이 개막되면 TV는 주장광고들간의 치열한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인터넷 상거래 과세에 반대하는 단체, 개인비밀보장과 관련한 금융기관의
입장을 옹호하는 단체, 그리고 사회보장제도에 묶여 있는 의료단체들이
대대적인 주장광고를 펼칠 태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527위원회와는 달리 당에 헌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과 액수를
밝혀야 하는 등 선거법의 규제를 받는다.
주장광고를 사들일 때도 비용의 65%는 출처를 안밝혀도 되는 정치자금
(soft money)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35%는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금
(hard money)을 써야 한다.
따라서 정당들이 이같은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527위원회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어찌됐건 선거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