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지역주의 소멸의 단초 .. 하용출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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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면 정치 사회의 변화가 우연 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의해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다. 가까운 예로 소련체제의 개혁을 시도하기 위해 시작한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들 수 있다.
개혁 대상이었던 공산당을 중심으로 시작된 개혁은 마침내 공산당의 몰락과
소련의 소멸이라는 일대 역사상 보기 드문 내부 붕괴와 소멸을 초래했다.
이러한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의 이면에는 고르바초프 자신이 말했듯이
자신이 추진하려 했던 개혁정책들이 러시아 현실에 어떤 영향을 가져 올
것인가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열된 지역주의 정치에서도 이러한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의 활용과 이에 따른 부정적
정치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정치지도자의 원색적이고 저질적인 발언 양상과 연합 형태를 보면
정말 "나라 들어 먹을" 짓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고질적 지역주의가 오히려 이번 선거 이후 점점 약화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같은 예측의 근거는 정치인들의 단기적 계산이, 지역주의가 지역주의를
타파하게 만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번 선거 양태를 보자. 4~5개 정당을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지역 세력이 더욱 세분돼
분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권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경남권과 경북권 두 지역의 세력 분할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예측으로는 과거처럼 어느 정당이 의석을 독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충청권의 경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민련과 민주당의 각축에 이어 한나라당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설령 어느 한당이 다수를 차지한다 해도 최소한 복수 인물 경쟁이 예상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호남지방의 경우만 이번 선거에서 예외적으로 과거의 패턴이 재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압승이 뻔하다.
그러나 지역 여론 지도층의 견해에 따르면 호남의 경우도 현 정권의 등장
으로 과거의 누적된 감정의 골이 어느 정도 정리돼 다음 선거에서는 다른
양상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수도권의 경우 어느 한당이 절대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4월 총선은 어느 한당이 한지역을 독식할 수 없는 분열된
지역주의 구도를 보일 것이다.
과거보다 약화된, 분열되고 세분화된 지역주의는 역설적으로 지역주의
소멸의 단초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과 정치가들의 단기적 이해 타산이 전혀 의도하지
않게 지역주의 균열의 시작을 가져오는 한국적 역사 변화의 유형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느 정당이 절대 다수를 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지역주의
구도가 취약한 수도권에서 우위를 점한 정당이 제 1당이 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이 경우 지역색이 약한 수도권 중심 정치 세력과 분열된 지역 세력의 연합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지역을 포함하는 연합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3김 시대가 점점 끝나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차세대 지도자는 그 어느 누구라도 3김 처럼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한 정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그들의 자질이 3김에 비해 낮다는 의미가 아니다.
민주화의 진행에 따라 지역정치의 근원이었던 압박과 "한"의 정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기인하다.
또 약화되고 분열된 지역 정치 베이스와 중앙국가 역할의 상대적 약화 등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을 거치면서 지역주의는 그 강도가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게 대세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고조에 이른 지역주의적
발언과 행동은 어찌 보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늦여름의 모기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퇴조의 분위기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국정치의 기반중 하나였던 지역주의가 사라지면 그 뒤는 무엇이
이을 것인가.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 상황에 즈음한 1회성 반지역주의 캠페인이
아니다.
그에 못지 않게 지역주의에 대체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 및 정책 정당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
많은 논의들이 지역주의의 타파를 외쳐대고 있을 뿐 지역주의를 대체할
아이디어 개발에 소홀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학계와 언론계는 지금부터라도 막연한 타도주의에서 벗어나 탈지역주의의
정치적 정책적 근거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
역사를 보면 정치 사회의 변화가 우연 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의해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다. 가까운 예로 소련체제의 개혁을 시도하기 위해 시작한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들 수 있다.
개혁 대상이었던 공산당을 중심으로 시작된 개혁은 마침내 공산당의 몰락과
소련의 소멸이라는 일대 역사상 보기 드문 내부 붕괴와 소멸을 초래했다.
이러한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의 이면에는 고르바초프 자신이 말했듯이
자신이 추진하려 했던 개혁정책들이 러시아 현실에 어떤 영향을 가져 올
것인가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열된 지역주의 정치에서도 이러한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의 활용과 이에 따른 부정적
정치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정치지도자의 원색적이고 저질적인 발언 양상과 연합 형태를 보면
정말 "나라 들어 먹을" 짓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고질적 지역주의가 오히려 이번 선거 이후 점점 약화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같은 예측의 근거는 정치인들의 단기적 계산이, 지역주의가 지역주의를
타파하게 만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번 선거 양태를 보자. 4~5개 정당을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지역 세력이 더욱 세분돼
분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권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경남권과 경북권 두 지역의 세력 분할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예측으로는 과거처럼 어느 정당이 의석을 독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충청권의 경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민련과 민주당의 각축에 이어 한나라당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설령 어느 한당이 다수를 차지한다 해도 최소한 복수 인물 경쟁이 예상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호남지방의 경우만 이번 선거에서 예외적으로 과거의 패턴이 재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압승이 뻔하다.
그러나 지역 여론 지도층의 견해에 따르면 호남의 경우도 현 정권의 등장
으로 과거의 누적된 감정의 골이 어느 정도 정리돼 다음 선거에서는 다른
양상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수도권의 경우 어느 한당이 절대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4월 총선은 어느 한당이 한지역을 독식할 수 없는 분열된
지역주의 구도를 보일 것이다.
과거보다 약화된, 분열되고 세분화된 지역주의는 역설적으로 지역주의
소멸의 단초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과 정치가들의 단기적 이해 타산이 전혀 의도하지
않게 지역주의 균열의 시작을 가져오는 한국적 역사 변화의 유형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느 정당이 절대 다수를 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지역주의
구도가 취약한 수도권에서 우위를 점한 정당이 제 1당이 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이 경우 지역색이 약한 수도권 중심 정치 세력과 분열된 지역 세력의 연합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지역을 포함하는 연합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3김 시대가 점점 끝나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차세대 지도자는 그 어느 누구라도 3김 처럼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한 정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그들의 자질이 3김에 비해 낮다는 의미가 아니다.
민주화의 진행에 따라 지역정치의 근원이었던 압박과 "한"의 정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기인하다.
또 약화되고 분열된 지역 정치 베이스와 중앙국가 역할의 상대적 약화 등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을 거치면서 지역주의는 그 강도가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게 대세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고조에 이른 지역주의적
발언과 행동은 어찌 보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늦여름의 모기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퇴조의 분위기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국정치의 기반중 하나였던 지역주의가 사라지면 그 뒤는 무엇이
이을 것인가.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 상황에 즈음한 1회성 반지역주의 캠페인이
아니다.
그에 못지 않게 지역주의에 대체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 및 정책 정당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
많은 논의들이 지역주의의 타파를 외쳐대고 있을 뿐 지역주의를 대체할
아이디어 개발에 소홀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학계와 언론계는 지금부터라도 막연한 타도주의에서 벗어나 탈지역주의의
정치적 정책적 근거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