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벤처경영전략 : 벤처기업 'CFO' 영입 바람

전력선통신(PLC)을 기반으로 하는 홈네트워킹 솔루션 제공업체인 플레넷
(대표 김철).

별도의 배선없이 가정에 깔려있는 전력선을 이용해 초당 3백60bps로 전등
TV 에어컨 등 가전기기를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을 지난해 6월 개발했다. 그때부터 김 사장은 핵심칩을 들고다니며 국내 유명 가전업체를 돌아다녔다.

김 사장은 그러나 "물량 공급 요청은 계속 들어오는데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난해말 현대창업투자 LG창업투자 등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약한 백승룡(35) 기획이사를 최고재정책임자(CFO)로 영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IT(정보기술)관련 기업 심사와 투자를 맡아왔던 백 이사는 우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산출해 한국드림캐피탈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가와
엔젤투자자로부터 1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는 "현재 5억원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라며 "본격적인 양산체제가
갖춰지면 올해 1백10억원의 매출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전에는 무조건 연구개발(R&D)에만 치중했었다"며 "경영층의
명확한 업무분담으로 모호했던 기업 정체성과 사업비전까지 명확하게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에 CFO 바람이 분다 =RF(무선주파수)솔루션 업체인 마이크로통신
(대표 박경민)도 최근 전문 CFO를 영입하며 조직개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은증권 펀드매니저 출신의 한성호(41) 기획이사를 CFO로 맞이해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박 사장은 "한 이사가 회사에 합류한 후 "대학 연구실"차원의 회사가 제품을
양산해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공개운영체제인 리눅스 개발 전문업체인 앨릭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 사장과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각각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기술책임자
(CTO)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경영층의 명확한 업무 분담을 실현시켜 경영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야후코리아도 최근 SAP코리아의 재무담당이사인 이용문(41)씨를 CFO로
전격 스카우트했다.

증권서비스업체인 팍스넷은 미국 코네티컷대 경제학박사인 조영권(41)씨를
재무담당 상무로, 보안솔루션업체인 시큐어소프트는 동아증권 출신의 조성휘
(31)씨를 재경본부장으로 각각 끌어들였다.

CFO 왜 필요한가 =기술개발만을 고집하며 주먹구구식으로 기업을 운영해
오던 벤처기업들이 하나둘씩 체계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장기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자금 계획이나 투자유치 부가사업 기획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창업단계를 지나 도약단계로 접어드는 벤처기업에는 원가계산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R&D(연구개발)비용을 산출할 때 단순히
실험실 연구수준의 비용만 계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양산자금도 제대로 추정해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건비 운영비
시설투자비 영업.홍보비 등 부대 비용들에 대한 체계적인 생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

더욱 심각한 것은 세금을 적게 내려고 재무제표상에 비용항목을 과다하게
처리하는 경우다.

배성렬 동남회계법인 회계사는 "당장은 순익이 적게 나 세금을 덜 내므로
이익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제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정헌 양재.포이벤처기업 지원센터 소장은 "제대로 된 사업 비전이나
영업력 마케팅력 자금운용계획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에만 집착하다가는 우수한 기술을 사장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또 "벤처의 생명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조직 체계상의 변화나 기술외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강조
했다.

벤처기업에서 CFO의 역할 =배성렬 회계사는 "벤처기업의 CFO는 비즈니스
단계별로 역할을 바꾸는 "카멜레온"기질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창업 초기에는 기업 생존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도약기에는 창투사나
엔젤로부터 효율적인 지분투자를 받기 위해 내부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

성장기에 들어서면 자본시장 전체를 밑그림으로 두고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재무관리뿐 아니라 마케팅능력과 기획력까지 갖춘 "전략가"여야 한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의 CEO는 대부분 엔지니어출신이 많기 때문에 CFO가 경영 전반에
대한 지원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성공적으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