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베를린 선언'] '왜 베를린서 선언했나'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대북정책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발표의 시간과 장소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햇볕정책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외에 동남아국가와 유럽국가들이 적극 지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 시점에 베를린자유대학을 방문해 대북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김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동서독의 대결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의 대결이었다"고 말했다.

독일 분단 당시의 냉전구조와 남북한의 상황이 같기 때문에 여기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독일통일에서 통일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서독은 "접촉을 통한 변화"로 요약되는 동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동서독간의 상호공존과 긴장완화의 틀을 구축했다.

이런한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동독주민들의 서독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고,이데올로기적 반목을 완화시켰다는게 김 대통령의 평가다.

인접국의 지원을 끌어낸 서독의 지혜도 대북정책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서독이 진지하고 성의있는 노력으로 통일독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켰으며,놀랍게도 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이해와 협력을 얻을 수 있을만큼 적극적이고 성공적인 외교를 전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김 대통령은 독일,그것도 베를린자유대학을 대북정책의 일대 전환을 선언하는 자리로 택했다는게 외교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베를린=김영근 기자 yg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