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싯가배당에 거는 기대

증권회사들이 이번 결산에서 싯가배당을 실시키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잘한 일이다.

증권사 스스로의 지적대로 증자는 싯가로 하면서 배당은 액면을 기준으로 실시하는 것은 우선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할 것이다. 32개 증권사들의 평균 배당율이 싯가로 따져 15%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증권업협회의 분석이 맞아 떨어진다면 증권주 투자자들은 이번 결산에서 모처럼 경영실적에 걸맞는 투자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싯가배당은 당국의 거듭된 독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자리를 잡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배당보다는 사내유보가 선호되어 왔던 데다 차입중심의 기업재무관리 관행이 오랫동안 주주경시 풍토를 조성해온 것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가 개혁되고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갖추어진 지금부터는 배당 역시 싯가배당으로 전환되는 것이 기업환경 변화에 걸맞는 합리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겠다.

특히 지난해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증권투자자들로부터 끌어다 썼고 그것이 유례없는 기업경영실적의 개선으로 나타났다면 증권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상장기업들도 투자자들에게 액면이 아닌 싯가기준으로 배당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주총시즌이 한창 진행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로 이번 주총부터 당기순이익중 가능한 최대한의 금액을 주식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장래는 물론 당장의 주가하락을 막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배당이 과연 어느 정도로 주가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이르면 대답은 그리 간단치 않은게 사실이다.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율이 소위 따블,따따블에 이른다면 배당만으로 증권투자자들의 기대를 채워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 미국에서도 지난해 이익을 냈던 기업들, 다시말해 배당능력이 있는 회사의 주가는 오히려 2%정도 하락세를 보였고 인터넷 기업등 이익을 내지 못했던 기업들이 오히려 50%가 넘는 주가상승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있고보면 배당과 주가에 관한 전통적인 분석방법으로 재무관리에 임하는 것에 무력감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의 거품논란과 투자위험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높은 배당과 주주우대 경영이야말로 한때의 거품이 아닌 장기안정적인 주가상승을 담보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유력한 주가안전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처럼의 시가배당 움직임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기를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