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수기업, 주가하락에 '상장 철회'

주가의 끝없는 하락에 몸살이 난 항공,화학 등 분야의 유수한 미국 기업들이 상장 철회라는 극약 처방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컨티넨털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등 항공업체들을 비롯해 밀레니엄 케미컬과 W R 그레이스 등 화학업체,미국내 2위의 서점 체인업체인 보더스 등이 기업의 정당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상장 철회를 포함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최근 주가가 자산 가치와 수익률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컨티넨털 항공의 경우 노사관계 안정과 고객 증가 등에 의한 경영 호조에 힘입어 현찰로만 14억달러의 유보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비롯,총자산이 8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비해 부채는 단 30억달러에 불과하다. 재무구조로 보나 경영 내용으로나 더없이 탄탄하다.

그러나 최근 증시 자금이 인터넷과 정보통신, 바이오테크 등 신경제 트리오 업종으로만 쏠리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싯가총액이 18억달러로 오그라들었다.

아메리칸 항공도 현금 유보금 20억달러를 포함, 자산이 2백억달러인데 비해 싯가총액은 30억달러에 불과하다. 항공회사들의 평균 주가는 지난 1년새 43%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10대 미국 항공업체들은 지난해 9백억달러의 총매출에 48억달러의 이익을 냈음에도 싯가총액 합계액이 현재 단 2백50억달러로 축소됐다.

최근 3콤사에서 떨어져나온 인터넷 신생업체 팜사 1개 업체의 싯가총액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화학업체인 W R 그레이스사의 경우도 사정이 기막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순익이 35%나 늘어났는데도 최근 6개월 동안 주가가 50%나 미끄러졌다.

이들 기업이 이렇듯 증권시장에서 서러운 평가를 받고 있는 데는 최근의 국제 유가 급등이 유탄으로 작용한 탓도 있다.

항공이나 화학업종의 경우 사업에서 석유 의존도가 높기때문이다.

그러나 해당업체들 쪽에서는 투자자들이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가슴을 친다.

항공 회사들의 경우 손꼽히는 인터넷 사업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델타 항공이 온라인 티켓 할인 판매업체인 프라이스라인 닷컴에 초기 출자자로 참여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 업체들이 관련 비즈니스에 일찌감치 발을 들여놓았다.

덕분에 델타 항공의 경우 최근 인터넷 관련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해 12억달러의 수입을 챙기기도 했다.

항공업체 등은 당분간 현재의 주가 수준이 시정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판단,기업이미지나 임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숫제 상장을 취소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으로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LBO(차입금에 의한 기업 매수) 방식을 원용,외부 자금을 빌려 증시에서 유통되고 있는 자사주를 전량 매입해 상장을 철회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항공업체들은 최근 영업 호조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등 주식시장에 매달릴 필요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같은 전략을 부추기고 있다. 차후 증시 환경이 개선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증시에 복귀해도 늦지 않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