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천안문 사태의 아이러니

중국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인터넷 기술이 풍부하다.

중국어 사이트를 뒤져보면 전자상거래 원격교육 사이버주식거래 등 선진국에 못지않은 다양성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 인터넷의 급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결론은 뜻밖에도 지난 89년 6월 발생한 텐안먼(천안문)사태다.

베이징(북경)텐안먼(천안문)광장을 피로 물들게 했던 6.4 텐안먼 사태이후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항의의 뜻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5만여명의 중국 유학생들에게 영주권을 줬다. 중국 유학생들이 몰린 곳은 실리콘밸리.

수리에 밝은 중국인의 천부적 재질과 실리콘밸리 부상이 맞물린 결과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은 화교 단체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후진을 키운다.

1만5천개 첨단기업중 14%는 중국인들이 최고경영자(CEO)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텐안문사태 세대가 뿌린 씨앗이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텐안먼사태로 고국을 등졌던 그들이 돌아오고 있다.

빈손으로 떠났던 그들이었지만 귀국길에는 첨단기술과 돈 가방을 들고 온다.

그들은 중국에 벤처업체를 설립하고,또는 벤처투자 펀드를 만들어 중국내 유망 벤처기업인을 발굴하고 있다.

이들의 귀국에는 물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중국 인터넷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인 GRIC의 천홍(진홍)사장도 그 중 한 명.지난 91년 뉴욕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금 중국 국영통신업체인 중국전신과 손잡고 인터넷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또 베이징 상하이(상해)텐진(천진)시안(서안)등의 시정부 기술고문으로 있다.

민주를 외치다 숨져간 동료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순수함도 엿보인다.

중국이 이같은 움직임을 놓칠리 없다.

베이징 당국은 다음달 실리콘밸리에 화교인재 유치센터 를 개설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국내로 끌어들이고,중국 벤처기업과 실리콘밸리 화교를 연결하는 기술.자본.인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우리는 지금 90년대초 중국경제를 3년여동안 후퇴시킨 텐안먼사태가 21세기 중국 발전의 견인차로 등장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