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일본 '인플레 목표제' 도입 논란

요즘 일본에서는 인플레 목표제 (inflation targeting) 의 도입여부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인플레 목표제란 중앙은행이 인플레 목표치를 미리 정해놓고 이를 위한 전략을 수립,이행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위해 인플레 목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발상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인플레를 억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오히려 디플레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인플레율이 0%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인플레우려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발상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목표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첫번째 그룹은 인플레 목표치를 4~5%로 설정하고 통화팽창 및 금리상승을 꾀하자는 측이다.

두번째 그룹은 인플레 목표제가 경제회복뿐 아니라 일본은행의 역할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부류다. 이들이 주장하는 인플레 목표치는 2~3%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플레 목표제가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첫번째 그룹의 제안은 우선 일본은행의 법규에 어긋날뿐 아니라 엔화가치 약세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일본은행이 인플레 자극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금리인하나 통화량 확대다.

하지만 현재의 제로금리정책이 유지되는 한 금리인하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통화량 확대도 금리하락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이 될수없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는 인플레를 자극할 수 없다.

남은 방법은 장기국채나 외환 주식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은행의 법규는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매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장기국채를 매입한다해도 인플레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장기금리 결정이론에 따르면 장기금리는 단기금리 전망치를 평균한 것이다.

이는 단기금리의 변동흐름을 벗어나 장기금리를 조작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어 중앙은행이 국채시장에 개입할 경우 재정악화 및 금리급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수 있다.

장기금리 안정을 위해 다량의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언젠가는 싼값에 되팔아야 하는 상황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재정은 악화되고 이 과정에서 시장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폴 크루그먼 MIT 교수등은 인플레 목표제가 물가상승뿐 아니라 소비확대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화량 확대가 인플레를 자극하고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해야 된다.

현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기국채 매입등을 통한 조절수단은 실효성이 불확실할뿐 아니라 정부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튼 금리가 탄력성을 되찾으면 일본은행이 인플레 목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982~99년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3%로 선진7개국(G7)중 가장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 목표제가 물가안정의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경제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될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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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금융통화정책위원이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