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룸살롱 주의보' .. 벤처열풍...'정보유출' 요지경 풍속도

요즘 서울 테헤란밸리의 인터넷 벤처기업들에 "마타하리 경계령"이 내려졌다.

강남의 고급 술집인 A룸살롱을 찾은 신생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그녀의 제물이 됐다. 술김에 기술개발 계획 등 회사 기밀을 무심코 흘리면 다음날 K양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주식투자를 할 테니 싼 값으로 팔라는 것.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면 2~3일안에 업계에 정보가 퍼져 "아이디어"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벤처열풍은 테헤란밸리의 유흥가에 전에 없던 색다른 풍속도를 그려놓고 있다.

벤처기업 사장을 사칭해 미혼 여성을 농락하는 "다람쥐",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돈을 뜯어내는 "꽃뱀",벤처기업 직원들이 직접 고급 술집을 차려놓고 유망 기업의 정보를 빼내는 "파파라치 룸살롱" 까지 등장했다.

소설보다 더 황당한 장면이다. 벤처기업들은 이들로부터 회사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람쥐=인터넷기업 사장 행세를 하는 건달들이 테헤란밸리를 휘젓고 있다.

이들은 직장 여성들에게 접근해 선물공세 등으로 환심을 산다. 몇 번 만난 후 청혼을 하고는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한다.

10여년전 등산 온 여성들을 무더기로 울렸던 "관악산 다람쥐"와 비슷한 수법이다.

이들은 관계가 깊어지면 "돈"을 노린다.

곧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며 목돈을 투자하라고 권한다.

집안의 돈을 몽땅 끌어다 바치면 사라진다.

이 미끼에 걸려들어 재산을 털린 여성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꽃뱀=룸살롱 마담인 Y씨는 최근 업소를 찾은 벤처기업 사장을 유혹해 깊은 사이가 됐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회사 기밀과 문란한 사생활을 전해들었다.

다른 손님으로부터 그 회사가 최근 인터넷 업계에서 급부상한다는 말을 들은 Y는 사장의 약점을 폭로하겠다고 위협,거액을 뜯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마타하리=일부 창투사와 대기업 임원의 여비서들이 "마타하리"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낮에는 알만한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밤이면 강남의 룸살롱으로 나가는 이중생활이다.

이들은 술자리에서 벤처기업의 고급 정보를 주워듣고 주변사람들을 동원해 투자 공세를 펼친다고 한다.

실제로 이렇게 얻은 정보를 이용해 몇달만에 10억여원을 벌어들여 강남에 고급 요정을 낸 사례도 있다.

파파라치 룸살롱=아예 벤처기업 직원들이 돈을 모아 강남에 고급 술집을 차린 곳도 있다.

이곳에서 벤처기업 임직원들로부터 연구개발이나 투자유치 등의 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사거나 경쟁 기업에 정보를 넘겨 이익을 챙긴다.

여기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을 헐뜯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 역공작을 펴기도 한다.

일부 룸살롱은 방마다 몰래카메라와 고성능 도청기를 설치해 투자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업소에 정보수집을 부탁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술값 대신 주식=강남의 한 룸살롱에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

술값은 주식으로 받는다.

그것도 증권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그 주식의 현재 가격을 확인해 계산한다.

계산을 하고 남는 우수리는 팁으로 돌아간다.

정보관리에 비상 걸린 벤처업계=술집에서 내뱉은 말은 3일안에 다시 회사로 돌아올 만큼 정보 유통이 빠르다.

그것도 5~7단계를 거쳐 업계 전체가 내용을 알게 된다.

때문에 인터넷 업체들은 "보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원들로 부터 "입조심 각서"를 받을 정도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정보통신 업체는 기업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간부들에게 아예 룸살롱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