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펀드 모집 부진 .. 투자자로부터 외면

국내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해외유가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된 "해외투자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투자자들의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채 "환율안정"을 위해 일단 상품부터 무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투신 등 7개 투신사가 이달부터 모집하기 시작한 해외투자펀드에 가입한 고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부터 1천2백억원을 모집하고 있는 교보투신의 "교보도이치뉴아시아21" 상품에는 아직까지 한명의 투자자도 모이지 않았다.

2천5백억원으로 설정된 현대투신운용의 바이글로벌 펀드도 지금까지 12억원 가량만 모이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따라 투신사들은 고객 모집기간을 연장하거나 상품판매 자체를 취소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지시에 따라 펀드모집액의 20% 가량을 출자키로 한 산업은행도 이처럼 판매가 부진하자 당황하고 있다.

재경부는 국내자금으로 해외투자를 하면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판단, 산은으로 하여금 외국환평형기금을 예치하고 이 돈으로 해외투자펀드에 출자토록 했었다. 투신사와 산은간에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투신사들은 당초 약속대로 펀드한도의 20%를 출자할 것을 산은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산은은 돈이 다 모집되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시중의 여유자금으로 해외에 투자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당초 목적"이라며 "일반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산은도 출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은은 펀드설정 한도액의 20%가 아니라 실제로 모집된 금액의 20%가량을 투자하는 방안을 투신사와 협의하고 있다.

이에대해 투신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고객들이 해외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 정부발상부터가 잘못"이라고 평가했다.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