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기호황 지속되려면..오문석 <LG경제연 연구위원>

최근 각종 경제지표의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총선 이후 정부의 금리인상 등에 대한 우려로 실세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시장의 기대는 실제로 금리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에 들어선 지 약 1년을 경과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경기확장 국면이 2~3년 지속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경기확장 국면은 잘해야 2002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경기사이클이 동일한 패턴과 기간구조를 가진다면 굳이 경제를 예측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경제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며 새로운 요인에 의해서 예상치 못했던 침체와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외채누적 때문에 우리는 "IMF 사태"를 겪어야 했으며 미국은 정보통신 기술의 영향으로 뜻밖의 장기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경기호황 역시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알려면 다음과 같은 우리 경제의 특징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째 앞으로의 경기 향방은 수출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만약 경기확장이 90년대초와 같이 내수에 의해서 주도된다면 조만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정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금리인상은 투자위축,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번 경기확장도 단기에 그치고 말 것이다.

최근 출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내수와 수출이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 수출 증가율이 다소 앞서고 있다.

세계경제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나 몇 가지 불안요인이 남아있다.

우선 수출 편중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등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이들 산업에서의 충격만으로도 우리 수출 전체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우리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주가하락과 실물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지면 우리 수출도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외국자본이 계속 유입될 것으로 보여 원화절상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원화환율 덕분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원화가 절상되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경기확장 국면의 운명은 기존 업체들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투자와 새로운 벤처기업들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경기확장기에는 과거와 달리 제조업체들의 설비확장 투자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기업들은 설비확장보다 자동화나 환경,정보화 등의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영목표가 외형확장에서 수익성 제고로 바뀌면서 투자의 성격도 설비확장에서 효율성 증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투자의 축은 벤처기업들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여기저기 몰려다니고 있다.

코스닥시장에는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기업 수익의 원천이 과거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에서 기술과 유연한 경영능력으로 이전된다고 할 때에 돈이 벤처기업에 몰리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자금으로 벤처기업들은 정보통신 인터넷 등 첨단기술과 아이디어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성격의 투자가 성과를 거둔다면 경기호황이 지속되더라도 과거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수요압력이 있고 임금이 상승하더라도 기업들이 효율성 증대를 통해 물가상승 압력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통신 인터넷 산업의 생산성 향상도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미국과 같이 고성장 저물가가 지속되는 신경제 현상이 우리 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90년대 중반 기업들의 투자실패가 IMF 경제위기로 이어졌듯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자가 또 다른 자원낭비로 판명된다면 기업의 실패와 금융기관들의 부실화,투자자들의 자산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투기적인 외국자본은 다시 썰물같이 빠져나갈 것이고 외환시장은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경기회복기의 문제는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부문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자원이 비생산적인 분야에 투입될 때 항상 나타난다. 앞으로 경기호황이 지속되려면 정부의 정책실패나 기업인들의 판단착오,금융기관들의 해이,투자자들의 과욕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