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인텔 과감한 변신으로 생존 모색
입력
수정
"크레오소트를 버려야 인텔이 산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크레오소트는 캘리포니아의 모하비를 비롯한 사막지역 일대에서 서식하는 식물.
독성을 띤 물질을 발산해 다른 식물들이 주위에서 살 수 없게 만든다.
배럿 사장은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을 사막의 크레오소트에 비유한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부문이 이 회사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사업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인텔이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유연한 사업 구조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럿 사장의 이런 구상은 지난 10여년간 앤디 그로브 회장 체제가 펴온 "전문화" 노선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로브 회장은 1985년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에만 주력하기로 결정, 인텔을 이 분야의 독보적인 업체로 일궈냈다.
배럿 사장의 "뉴 인텔 플랜"은 이미 하나둘씩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최근 웹 데이터 압축 네트워킹 및 통신 기기에 사용될 칩을 선보인 것은 하나의 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곳곳에 대형 컴퓨터 센터를 세우고 기업들을 위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개설할 계획이다.
배럿 사장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작년 10월에 디지털 무선전화 기술업체인 DSP 커뮤니케이션을 16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화상전화기, E메일 스테이션, TV 셋톱박스 등 다양한 정보 관련 어플라이언스 기기들을 전화업체 등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웹 트래픽 관리용 특수 네트워크 서버군 생산 계획을 밝히는 등 시스코시스템스 등 해당 분야 유수업체와의 정면 대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인텔은 새로 진출한 분야에서 사업규모를 10억달러 이상으로 확장하고 향후 5년내 시장순위 1,2위에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경우 인텔의 성장률은 현재의 연 8%에서 15~20%로 높아지게 된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배럿 사장의 이런 구상에 대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그 가능성을 높이 사면서 인텔 주식을 다투어 매입, 이 회사의 주가를 연초 대비 40%나 올려 놓은 것이 그 증거다.
물론 배럿 사장의 이같은 야심에 대해 "성공을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신중한 반응도 없지 않다.
인텔의 인터넷 시장 진출은 이미 늦은 편이며 새로 진출하려는 분야도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텔로서는 이처럼 과감한 변신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PC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고객의 수요가 저가 PC쪽으로 기울면서 저가 PC에 필요한 저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수요가 늘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이를 미리 간파했으며 이제 인텔도 향후 10년간 마이크로프로세서 산업이 과거와 같은 "이익제조기"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PC 가격 하락으로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부문도 타격을 입었고 인텔의 주가는 1998년 이후 30%나 떨어졌다.
지난달 휴양 도시 팜 스프링스에서 열린 인텔의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회사가 처한 위기상황 타개책이 중점 논의됐다.
"I-웨이"나 "네트워크"라는 말이 논의의 핵심어가 됐고 "인텔의 사업목적은 넷 경제 건설을 위한 건자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선언도 나왔다.
1998년 그로브 전 회장으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은 배럿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뉴 인텔 플랜"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그로브 체제아래에서 구축된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 구조를 해체,그룹을 다섯개 사업본부로 나누고 각 본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또한 그동안의 보수적인 재정운용 방식에서 탈피, 기업인수와 내부 창업 지원 등을 위해 1백20억달러를 지출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직원들 사이에 몇 년전까지 볼 수 없었던 열기와 의욕이 넘치고 있다"며 기업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인터넷 혁명의 강풍이 보수적 기업 문화를 고집해온 인텔에 "바꿔, 바꿔"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크레오소트는 캘리포니아의 모하비를 비롯한 사막지역 일대에서 서식하는 식물.
독성을 띤 물질을 발산해 다른 식물들이 주위에서 살 수 없게 만든다.
배럿 사장은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을 사막의 크레오소트에 비유한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부문이 이 회사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사업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인텔이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유연한 사업 구조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럿 사장의 이런 구상은 지난 10여년간 앤디 그로브 회장 체제가 펴온 "전문화" 노선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로브 회장은 1985년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에만 주력하기로 결정, 인텔을 이 분야의 독보적인 업체로 일궈냈다.
배럿 사장의 "뉴 인텔 플랜"은 이미 하나둘씩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최근 웹 데이터 압축 네트워킹 및 통신 기기에 사용될 칩을 선보인 것은 하나의 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곳곳에 대형 컴퓨터 센터를 세우고 기업들을 위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개설할 계획이다.
배럿 사장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작년 10월에 디지털 무선전화 기술업체인 DSP 커뮤니케이션을 16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화상전화기, E메일 스테이션, TV 셋톱박스 등 다양한 정보 관련 어플라이언스 기기들을 전화업체 등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웹 트래픽 관리용 특수 네트워크 서버군 생산 계획을 밝히는 등 시스코시스템스 등 해당 분야 유수업체와의 정면 대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인텔은 새로 진출한 분야에서 사업규모를 10억달러 이상으로 확장하고 향후 5년내 시장순위 1,2위에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경우 인텔의 성장률은 현재의 연 8%에서 15~20%로 높아지게 된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배럿 사장의 이런 구상에 대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그 가능성을 높이 사면서 인텔 주식을 다투어 매입, 이 회사의 주가를 연초 대비 40%나 올려 놓은 것이 그 증거다.
물론 배럿 사장의 이같은 야심에 대해 "성공을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신중한 반응도 없지 않다.
인텔의 인터넷 시장 진출은 이미 늦은 편이며 새로 진출하려는 분야도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텔로서는 이처럼 과감한 변신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PC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고객의 수요가 저가 PC쪽으로 기울면서 저가 PC에 필요한 저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수요가 늘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이를 미리 간파했으며 이제 인텔도 향후 10년간 마이크로프로세서 산업이 과거와 같은 "이익제조기"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PC 가격 하락으로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부문도 타격을 입었고 인텔의 주가는 1998년 이후 30%나 떨어졌다.
지난달 휴양 도시 팜 스프링스에서 열린 인텔의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회사가 처한 위기상황 타개책이 중점 논의됐다.
"I-웨이"나 "네트워크"라는 말이 논의의 핵심어가 됐고 "인텔의 사업목적은 넷 경제 건설을 위한 건자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선언도 나왔다.
1998년 그로브 전 회장으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은 배럿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뉴 인텔 플랜"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그로브 체제아래에서 구축된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 구조를 해체,그룹을 다섯개 사업본부로 나누고 각 본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또한 그동안의 보수적인 재정운용 방식에서 탈피, 기업인수와 내부 창업 지원 등을 위해 1백20억달러를 지출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직원들 사이에 몇 년전까지 볼 수 없었던 열기와 의욕이 넘치고 있다"며 기업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인터넷 혁명의 강풍이 보수적 기업 문화를 고집해온 인텔에 "바꿔, 바꿔"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