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6) 제1부 : 1997년 가을 <2> '예술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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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대해실업의 회장 진성호의 형인 진성구는 텅 빈 객석 뒤쪽에 자리를 잡고 무대에 시선을 주었다. 진성구가 제작을 하는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연습이 막 시작되려는지 출연진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자,이제 시작합시다"
이 뮤지컬의 연출을 맡고 있는 여동생 진미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나는 곳에 시선을 주었다.
진미숙이 객석 첫 줄 자리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이혜정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색 타이트 무용복을 입고 있는 이혜정의 몸매가 멀리서 보아도 매력적이었다. 진미숙과 동갑내기인 마흔의 나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이혜정이라면 이 뮤지컬의 히로인 및 내레이터 격인 여가수 역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 틀림없었다.
무대 옆 계단을 올라 무대 뒤쪽으로 자취를 감추는 이혜정의 모습에 그의 시선이 계속 따라갔다. "라이트 아웃(light out)"
진미숙이 소리치자 무대 위에 어둠이 찾아왔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 진미숙이 앉아 있는 곳만 불빛이 비쳐졌다.
"음향 시작" 진미숙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자 무대 위 스피커를 통해 "탕 탕 탕"하는 세 발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장엄한 장송곡이 울려퍼졌다.
장송곡의 소리가 낮아지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가 10월 26일 저녁 6시경 궁정동 소재 중앙정보부 식당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만찬 도중 김 중앙정보부장과 차 경호실장 간에 우발적인 충돌 사태가 야기,김 정보부장이 발사한 총탄에 맞아 26일 저녁 7시 50분경 서거하셨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손을 들었다 놓는 진미숙의 모습이 보였다.
무대가 서서히 밝아지면서 타이트 무용복 위에 이제는 긴 검은색 플레어 스커트를 걸친 이혜정이 두 손을 등뒤에 두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온다.
이혜정을 따라 검은색 정장을 한 사업가로 보이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이혜정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무대로 나온다.
객석 첫 줄 자리에서 일어나는 진미숙의 모습이 진성구의 시야에 들어왔다.
진미숙이 손을 올렸다가 갑자기 내렸다.
스피커에서 느릿한 음률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이혜정을 위시한 출연진이 무대 위를 걸어가면서 음률에 따라 합창을 시작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의 지도자 / 그대 없는 우리 조국 다시 갈 길을 잃고 / 허둥지둥 외세에 눌려 패배주의 찾아들어 / 학자들은 서로 잘났다고 목청껏 짖어대고 / 정치꾼들은 자유를 부르짖으며 자기 속만 채우리"
노래를 들으면서 진성구는 역사가 박정희에게 미소를 지어줄지 궁금해졌다.
한세대 만에 농업빈국에서 산업국가로 한국을 변신시킨 그의 업적을 분명히 역사도 무시 못할 것 같았다. 진성구는 그런 업적에 비견할 만한 또다른 지도자 한 사람으로 스탈린을 떠올렸다.
그러나 왠지 모르지만 역사는 스탈린에게는 분노의 눈길을,박정희에게는 동정의 눈길을 줄 것 같았다.
대해실업의 회장 진성호의 형인 진성구는 텅 빈 객석 뒤쪽에 자리를 잡고 무대에 시선을 주었다. 진성구가 제작을 하는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연습이 막 시작되려는지 출연진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자,이제 시작합시다"
이 뮤지컬의 연출을 맡고 있는 여동생 진미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나는 곳에 시선을 주었다.
진미숙이 객석 첫 줄 자리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이혜정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색 타이트 무용복을 입고 있는 이혜정의 몸매가 멀리서 보아도 매력적이었다. 진미숙과 동갑내기인 마흔의 나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
이혜정이라면 이 뮤지컬의 히로인 및 내레이터 격인 여가수 역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 틀림없었다.
무대 옆 계단을 올라 무대 뒤쪽으로 자취를 감추는 이혜정의 모습에 그의 시선이 계속 따라갔다. "라이트 아웃(light out)"
진미숙이 소리치자 무대 위에 어둠이 찾아왔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 진미숙이 앉아 있는 곳만 불빛이 비쳐졌다.
"음향 시작" 진미숙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자 무대 위 스피커를 통해 "탕 탕 탕"하는 세 발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장엄한 장송곡이 울려퍼졌다.
장송곡의 소리가 낮아지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가 10월 26일 저녁 6시경 궁정동 소재 중앙정보부 식당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만찬 도중 김 중앙정보부장과 차 경호실장 간에 우발적인 충돌 사태가 야기,김 정보부장이 발사한 총탄에 맞아 26일 저녁 7시 50분경 서거하셨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손을 들었다 놓는 진미숙의 모습이 보였다.
무대가 서서히 밝아지면서 타이트 무용복 위에 이제는 긴 검은색 플레어 스커트를 걸친 이혜정이 두 손을 등뒤에 두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온다.
이혜정을 따라 검은색 정장을 한 사업가로 보이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이혜정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무대로 나온다.
객석 첫 줄 자리에서 일어나는 진미숙의 모습이 진성구의 시야에 들어왔다.
진미숙이 손을 올렸다가 갑자기 내렸다.
스피커에서 느릿한 음률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이혜정을 위시한 출연진이 무대 위를 걸어가면서 음률에 따라 합창을 시작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의 지도자 / 그대 없는 우리 조국 다시 갈 길을 잃고 / 허둥지둥 외세에 눌려 패배주의 찾아들어 / 학자들은 서로 잘났다고 목청껏 짖어대고 / 정치꾼들은 자유를 부르짖으며 자기 속만 채우리"
노래를 들으면서 진성구는 역사가 박정희에게 미소를 지어줄지 궁금해졌다.
한세대 만에 농업빈국에서 산업국가로 한국을 변신시킨 그의 업적을 분명히 역사도 무시 못할 것 같았다. 진성구는 그런 업적에 비견할 만한 또다른 지도자 한 사람으로 스탈린을 떠올렸다.
그러나 왠지 모르지만 역사는 스탈린에게는 분노의 눈길을,박정희에게는 동정의 눈길을 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