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쇼생크의 늙은 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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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이란 영화가 있다.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이 치밀한 준비끝에 탈옥에 성공,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이 묘사돼 있다. 그다지 주목받는 역은 아니지만 영화엔 다른 죄수들에게 책을 전해주는 늙은 죄수가 등장한다.
50년이 넘게 옥살이를 한 그는 가석방으로 풀려난지 얼마 안 돼 스스로 목을 맨다.
오랜 삶을 간수의 지시에 따라 살아왔던 탓으로 "자유"세상의 삶이 그에겐 너무도 숨가뻤던 것이다. 오랜 자율과의 격리 때문에 자생력이 없어지기는 인간이나 기업,특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모두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최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 원년"이라거나 "예금전액보장 연기는 IMF체제로의 회귀"라고 강조하고 다닌다.
"답답하다"는 푸념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은행 경영진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 비극"이라는 위협성 발언도 자주 반복된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도 금융회사들의 실상이 안타깝다는 발언을 자주 한다.
이 장관은 행장이 내부에서 승진하면 "동종교배"의 폐해가 있다고 비판하기도했다.
당국자들의 잇단 경고성 발언은 역설적으로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금보호 한도를 늘리자는 주장은 이미 정치권까지 번져 있다.
장관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예금금리를 내리는 은행들의 구태도 여전하다.
스스로 결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이들에게는 없어 보인다.
우려되는 것은 관치가 아닌 환경을 맛보지 못한 금융회사들이 무엇이 관치고 자율인지를 헷갈려한다는 현실이다.
"내부승진이 아니니까 관치"라는 단순논리가 동의를 얻고 있다.
정상적인 건전성 감독을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받아치는 주장도 선거를 앞두고 부쩍 늘고 있다.
이 또한 아마도 관치가 만든 그늘쯤 될 듯 하지만 업보는 역시 정부의 몫이다.
제2차 금융구조조정과 예금전액보장 폐지라는 굵직굵직한 금융계의 현안이 남아있는 올해 "쇼생크의 늙은 죄수"들이 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이들이 자생력을 찾고 감독당국은 좀더 성숙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관치냐 아니냐는 낭비적인 논쟁을 벌이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 ked.co.kr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이 치밀한 준비끝에 탈옥에 성공,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이 묘사돼 있다. 그다지 주목받는 역은 아니지만 영화엔 다른 죄수들에게 책을 전해주는 늙은 죄수가 등장한다.
50년이 넘게 옥살이를 한 그는 가석방으로 풀려난지 얼마 안 돼 스스로 목을 맨다.
오랜 삶을 간수의 지시에 따라 살아왔던 탓으로 "자유"세상의 삶이 그에겐 너무도 숨가뻤던 것이다. 오랜 자율과의 격리 때문에 자생력이 없어지기는 인간이나 기업,특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모두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최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 원년"이라거나 "예금전액보장 연기는 IMF체제로의 회귀"라고 강조하고 다닌다.
"답답하다"는 푸념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은행 경영진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 비극"이라는 위협성 발언도 자주 반복된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도 금융회사들의 실상이 안타깝다는 발언을 자주 한다.
이 장관은 행장이 내부에서 승진하면 "동종교배"의 폐해가 있다고 비판하기도했다.
당국자들의 잇단 경고성 발언은 역설적으로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금보호 한도를 늘리자는 주장은 이미 정치권까지 번져 있다.
장관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예금금리를 내리는 은행들의 구태도 여전하다.
스스로 결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이들에게는 없어 보인다.
우려되는 것은 관치가 아닌 환경을 맛보지 못한 금융회사들이 무엇이 관치고 자율인지를 헷갈려한다는 현실이다.
"내부승진이 아니니까 관치"라는 단순논리가 동의를 얻고 있다.
정상적인 건전성 감독을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받아치는 주장도 선거를 앞두고 부쩍 늘고 있다.
이 또한 아마도 관치가 만든 그늘쯤 될 듯 하지만 업보는 역시 정부의 몫이다.
제2차 금융구조조정과 예금전액보장 폐지라는 굵직굵직한 금융계의 현안이 남아있는 올해 "쇼생크의 늙은 죄수"들이 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이들이 자생력을 찾고 감독당국은 좀더 성숙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관치냐 아니냐는 낭비적인 논쟁을 벌이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