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선거 푸틴 당선 '안정권'..26일 실시...판세점검

러시아 대통령선거가 26일 실시된다.

소련 연방 해체후 세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당초 오는 6월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말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조기에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일정이 당겨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옐친이 후계자로 지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 권한대행(47)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비록 11명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선거전 역시 치열하지 않아 다소 맥 빠진 선거가 되고 있다.

지난달 지지율이 60%까지 치솟았던 푸틴의 인기는 최근 약간 하향세로 돌아섰다. 지난 17~19일 실시된 한 여론 조사 결과 푸틴의 지지율은 48.4%로 내려갔다.

따라서 26일 치러질 1차 투표에서 푸틴이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오는 4월16일 2차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2차 투표를 할 경우 푸틴은 지난 96년 대선에서 옐친과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던 주가노프(55)공산당 당수와 맞붙을 것으로 보이나 푸틴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다. 총 유권자 1억7백90여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선거는 현지시간으로 오는 26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치러진다.

결과는 90% 가량이 개표되는 27일 오전 9~10시경에 나올 예정이다.

푸틴은 KGB에서 17년 동안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정보맨이다. 상트 페테르부르그대 법대를 졸업한 뒤 KGB 대외 정보국 요원으로 독일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당시 유러 파이터기 설계도를 훔쳐내는 등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후 정계에 입문,94년 페테르부르그 부시장이 됐다.

이후 97년 3월부터 옐친 진영에 가담,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8월 총리로 임명되면서 대중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그는 옐친 일가의 부패사건을 수사해온 유리 스쿠라토트 검찰총장의 해임과 기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옐친 가족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와 이것이 고속 승진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 러시아 정계의 분석이다.

푸틴의 정책은 강한러시아 부활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강화 정보기관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그가 대중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것은 소련 붕괴 이후 상처입은 러시아의 대외적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체첸전쟁에서 그가 보여준 단호함은 그가 당선되면 "강한 러시아"가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를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러시아 산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군수산업에 대한 정부구매를 늘려 고용과 생산문제를 해결하겠다든지 연금을 20%인상하고 올해중 또 한 차례 올릴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대중의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푸틴이 지난 10여년간 계속되온 러시아 민주화에 역행한다고 비난하고 있어 향후 러시아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은 유도와 삼보(러시아 무술) 유단자로 매일 아침 1시간 이상 운동하는 것을 빼먹지 않으며 사격에도 조예가 깊다. 자동차 폭주도 취미이나 최근에는 업무 때문에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태 기자 orc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