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8) 제1부 : 1997년 가을 <2> '예술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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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진성구는 예식장 건물에 들어섰다. 결혼예식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매시간마다 10여쌍의 신혼부부를 배출하는 서민용 예식장이었지만 그곳에 모여든 축하객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지난번 티베트 여행 때 가이드를 한 신랑에게 축하의 말을 한 후 진성구는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앞쪽 가운데 통로 쪽 예식단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는 사람이나 아는 사람의 자식이 사랑하는 짝을 찾아 부부로 맺어지는 순간을 보는 귀중한 즐거움을 진성구는 만끽하고 싶었다.
7년 전 사업의 경영권을 동생 성호에게 넘겨주기 전까지 자신이 했던 것처럼,먼저 축의금을 내고 혼주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 다음 식이 시작되면 재빨리 식장을 나오는 자들을 진성구는 불쌍히 여겼다.
곧 이어 주례가 사회자에 의해 소개되었다. 신부가 재직하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이라고 했다.
산악인 출신답게 당당하게 걸어들어와 기다리던 신랑 임성빈이 신부를 반갑게 맞았다.
신랑신부의 맞절에 이어 혼인서약이 끝나자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진성구는 주례사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근래 몇 년 동안 들어본 주례사 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특히 남편은 아내에게 음식투정을 하지 말고 아내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하며,아내는 남편이 돈을 적게 벌어온다고 불평하지 않아야 합니다라는 부분은 진성구의 마음에 쏙 들었다.
공허한 미사여구로 가득한 그 흔해빠진 주례사와는 다른 단순함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신랑신부를 위한 축가 순서였다.
초등학생 남녀 16명이 하객을 보고 2열로 도열했다.
사회자가 신부 담임반 학생들이라며 노래를 잘 못해도 양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축가는 시작되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날,어려운 교장 선생님의 시선을 뒤에 두고 수많은 하객을 앞에 두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학생들의 노래는 금방 멎어버릴 것처럼 위태로웠다.
진성구는 아슬아슬한 마음에서 시선을 신부에게로 보냈다.
고개를 숙인 채 짓고 있는 신부의 미소 속에 고마움이 배어 있었다.
신부의 그런 표정이 너무나 눈에 익었다.
이혜정이 9년 전 어느 날 그와 마지막 정사를 한 후 호텔방을 먼저 나가면서 그를 향해 지었던 미소와 같았다.
그는 솟아나는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진성구는 생애중 가장 수준 높은 결혼식을 보았다고 자신했다.
역시 삶의 질은 돈과는 관계없음을 재확인하는 기회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사회자의 말이 들려왔다.
"신랑이 만세삼창을 하겠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신랑을 향해 사회자가 다시 말했다.
"만세삼창을 안하면 나갈 수가 없을 겁니다" 할수없이 신랑이 만세삼창을 했다. 평범함이 모든 고귀함,초등학생들의 순진함과 신부의 순수한 단순함이 이루어낸 고귀함을 산산조각내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평범함의 공포였다.
진성구는 예식장 건물에 들어섰다. 결혼예식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매시간마다 10여쌍의 신혼부부를 배출하는 서민용 예식장이었지만 그곳에 모여든 축하객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지난번 티베트 여행 때 가이드를 한 신랑에게 축하의 말을 한 후 진성구는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앞쪽 가운데 통로 쪽 예식단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는 사람이나 아는 사람의 자식이 사랑하는 짝을 찾아 부부로 맺어지는 순간을 보는 귀중한 즐거움을 진성구는 만끽하고 싶었다.
7년 전 사업의 경영권을 동생 성호에게 넘겨주기 전까지 자신이 했던 것처럼,먼저 축의금을 내고 혼주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 다음 식이 시작되면 재빨리 식장을 나오는 자들을 진성구는 불쌍히 여겼다.
곧 이어 주례가 사회자에 의해 소개되었다. 신부가 재직하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이라고 했다.
산악인 출신답게 당당하게 걸어들어와 기다리던 신랑 임성빈이 신부를 반갑게 맞았다.
신랑신부의 맞절에 이어 혼인서약이 끝나자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진성구는 주례사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근래 몇 년 동안 들어본 주례사 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특히 남편은 아내에게 음식투정을 하지 말고 아내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하며,아내는 남편이 돈을 적게 벌어온다고 불평하지 않아야 합니다라는 부분은 진성구의 마음에 쏙 들었다.
공허한 미사여구로 가득한 그 흔해빠진 주례사와는 다른 단순함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신랑신부를 위한 축가 순서였다.
초등학생 남녀 16명이 하객을 보고 2열로 도열했다.
사회자가 신부 담임반 학생들이라며 노래를 잘 못해도 양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축가는 시작되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날,어려운 교장 선생님의 시선을 뒤에 두고 수많은 하객을 앞에 두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학생들의 노래는 금방 멎어버릴 것처럼 위태로웠다.
진성구는 아슬아슬한 마음에서 시선을 신부에게로 보냈다.
고개를 숙인 채 짓고 있는 신부의 미소 속에 고마움이 배어 있었다.
신부의 그런 표정이 너무나 눈에 익었다.
이혜정이 9년 전 어느 날 그와 마지막 정사를 한 후 호텔방을 먼저 나가면서 그를 향해 지었던 미소와 같았다.
그는 솟아나는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진성구는 생애중 가장 수준 높은 결혼식을 보았다고 자신했다.
역시 삶의 질은 돈과는 관계없음을 재확인하는 기회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사회자의 말이 들려왔다.
"신랑이 만세삼창을 하겠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신랑을 향해 사회자가 다시 말했다.
"만세삼창을 안하면 나갈 수가 없을 겁니다" 할수없이 신랑이 만세삼창을 했다. 평범함이 모든 고귀함,초등학생들의 순진함과 신부의 순수한 단순함이 이루어낸 고귀함을 산산조각내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평범함의 공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