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네마] 영화속 자동차는 '스트레스 해방구'

자동차는 영화에서 흐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프리티 우먼"에서 밤거리의 여자 줄리아 로버츠는 리처드 기어가 타고 있는 고급 승용차를 보고 범상치 않은 그의 신분을 쉽게 감지한다. 이 영화에서 자동차는 주인공들을 연결해주는 고리이자 주인공의 정보를 관객에게 알려주는 단초다.

미국의 인종 차별을 그린 "미시시피 버닝"에서는 KKK단이 자동차를 떼지어 타고 흑인 거주 지역으로 오는 상황을 아주 롱샷으로 잡은 장면이 나온다.

이 때의 자동차는 위협적인 존재로 무시무시한 사건이 벌어질 것이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존재가 된다. 또 "러셀 웨폰"시리즈와 같은 액션 영화에서는 쫓기고 쫓는 자동차의 레이싱 장면이 관객들을 영화속으로 끌어당긴다.

이처럼 영화속에서 자동차는 때로는 캐릭터를 상징하는 코드로,또는 긴장감을 증폭하는 코드로 요긴하게 쓰인다.

그러나 영화속의 자동차가 관객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역시 해방감이다. 관객들은 깜깜한 극장 안에서 잠시 현실을 접어두고 스크린 안으로 꿈의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에서 관객들을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바로 자동차다.

미국 공황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관객들은 90분의 러닝타임동안 주인공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미국 대륙을 돌며 은행을 터는 갱이 된다. 어느새 주인공들과 동일화된 관객들은 은행털이를 잡으려고 혈안이 돼있는 언론과 권력을 향해 함께 조소를 보낸다.

현실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내지만 영화속 자동차를 타고 있는 만큼은 세속을 뛰쳐나와 세상을 탈주한다.

바로 해방감이다.

어디 이 영화 뿐인가.

"델마와 루이스"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며 남성 권력과 당당히 맞선다.

하지만 영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안 불이 켜지면 관객들도 슬며시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차린다.

미지의 세계로 안내해줬던 자동차는 어디에도 없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관객들은 90분 동안의 해방감을 아쉬워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그냥 그 뿐이다. 보니와 클라이드,델마와 루이스가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얻고자했던 해방은 그게 아니었을테지만.

고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