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공공벤처펀드'] 국민血稅로 벤처거품 부채질..실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투사들이 연말까지 1백30~1백50여개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기업, 외국기업, 은행 등도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벤처기업 자신도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요즘 정부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가히 벤처투자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공공부문의 벤처펀드 사업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추진되고 있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1조원 규모의 벤처투자기금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의 공공펀드 조성은 민간참여를 통한 공동펀드 형태를 취하고 있고 경영을 민간에 맡긴다고 한다. 그리고 한시적인 기간을 명시함으로써 민간 벤처자본이 성숙하면 철수하겠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나름대로는 초기단계에 어느정도 특화하겠다는 투자전략을 천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가 융자위주에서 투자위주로 지원정책을 변경한다고 했을 때의 상황과 지금 상황은 많이도 다르다. 따라서 공공벤처펀드의 존재이유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얼마든지간에 정부의 직접투자는 분명한 명분을 가져야 한다.

그 명분은 역시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벤처자본의 증가속도와 투자패턴을 고려할 때 무슨 구조적 문제가 있을까.

자금공급상의 갭은 있는가.

정부의 지분투자를 논할 때는 그것이 없었을지라도 시장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성과와 비교해 부가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벤처자금시장의 실패가 무엇이고, 이 때문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분야나 기업 그리고 수요자금의 공백(chasm)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부지분이 있었기에 민간자본을 견인했다는 주장도 할 수가 없게 된다.

벤처자본의 공급속도가 유망한 지식 및 기술자산의 창출속도보다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경우 수익률 하락이 빚어질 수 있다.

나아가 공공펀드는 위치설정을 잘못할 경우 벤처자본 시장에서 자칫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공공펀드는 보완과 완충 역할이 아니라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부 공공벤처펀드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공공벤처펀드라면 민간시장에서 흔히 소외받기 쉬운 초기단계, 소규모에 집중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서는 민간자본이 공격적으로 초기단계로 옮겨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공펀드는 그나마 보다 원천적인 것으로 옮겨가든지, 언제든지 철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분명한 존재이유가 있어 공공펀드가 도입되고 민간에 경영을 위탁하더라도 투자결정에 있어 정부지분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손이 영향을 미칠 위험도 있다.

한층 분명한 제도적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는 향후 있을지도 모를 구조조정에 대비해 공공펀드의 완충역할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부담이 몇천억원 정도에 불과한 공공펀드가 전체 벤처자본 규모에 비해 무슨 큰 문제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펀드와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전국의 창업보육, 지역혁신 거점들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부의 근원적인 완충역할은 혁신의 토대를 구축하고 엔젤이나 벤처자본의 끊임없는 투자대상이 될 유망한 과학, 기술, 산업 기회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다. 창조적 지식 자산이 풍부하게 쏟아져 나오지 않는 곳에서는 벤처든 벤처자본이든 사상누각일 뿐이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