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정책공방을 환영한다 .. 고광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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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빚이 얼마인지를 놓고 정부 여당과 야당이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관전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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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한나라당의 파상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 여당은 "웬 뚱딴지 같은 환영"이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경제장관들도 야당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대통령한테 혼쭐이 난 터라 작금의 논쟁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게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장에 동의해서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채무가 4백8조-4백28조원에 이른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보증채무 90조2천억원만 해도 순수한 정부 빚이라고 보기 어렵다.
차주인 금융회사들이 갚으면 정부 부담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여야의 공방을 환영하는 것은 이번 논쟁이 선거 사상 처음으로 정책대결의 장을 여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국가채무에 이은 국부유출 은행퇴출위헌공방은 정치 사회적인 이슈로 발전할수 있는 경제 사안이다.
개인생활은 물론 나라살림과 직접 관련된 경제정책의 산물들이다.
지난 2년간 현 정부의 경제성적에 대한평가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을 둘러싼 공방은 선거때 마다 도지곤 했던 지역감정 부추기기와 달리 이성적인 판단을 가능케 한다.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는 비감성적인 잣대로 양측의 주장을 평가할수 있는 것이다.
뿌리깊은 연고주의나 막무가내식 두들겨 패기가 끼여들 틈이 상대적으로 적다.
몇만원을 쥐어 주면서 자기 당의 주장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공방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던 한 두달전만 해도 "역시나"하는 실망에 빠졌던게 사실이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난무하고 금품수수가 잇달아 목격되면서 선거혁명을 기대하던 소박한 꿈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
으레 그렇게 치러질 것 같았던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시작된 여야의 정책공방은 "혹시나"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선거전의 물줄기를 돌려놓진 못하더라도 유권자들로선 양측의 주장을 좀 더 차분하게 따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생각이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양측의 공방이 국민들을 너무나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도를 넘어서고 있어서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워내는게 그리 쉬운가.
비방, 폭로, 금품수수,이념논쟁으로 비화되곤 했던 북풍등등.
생각하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저질 공방으로 날밤을 지새운 과거 선거판이었다.
하루 아침에 공명정대한 경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길도 한 걸음 한 걸음 놓다보면 목적지에 가까워지듯 이번 정책공방도 작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간주하는게 좋을 듯 싶다.
아쉬운 점도 많다.
양측이 아집성 주장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
국부유출논쟁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국내기업들을 지나치게 짧은 시간안에 조건불문하고 외국기업에 팔아치우라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국부유출논쟁으로 비화됐지만 해외매각은 당시에는 어쩔수 없는 "외통수" 였다.
IMF 직후에는 1달러가 아쉬웠다.
선진기법을 도입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위기 극복은 불가능했다.
미국 GM과의 매각협상을 일찍 매듭지었더라면 대우의 침몰을 막을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면 당시 국내기업 매각은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보다 외국인투자 비율이 훨씬 높은 나라에서 국부유출 논쟁이 일어났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맞받아치는 정부 여당의 반격 또한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외자유치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외자가 곧 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외자를 유치하지만 외국인들은 돈을 벌겠다는 단 한가지의 이유때문에 한국에 들어 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은행퇴출문제를 놓고도 양측이 좀 더 성숙한 논쟁을 벌이지 못했다.
정부가 당시 5개 은행을 퇴출시킨 후에야 국제 사회는 한국이 금융개혁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됐다.
절차상의 하자를 따지기에는 국가신인도 회복이 처절할 정도로 시급했다는 점을 야당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에 관해서도 한나라당은 4백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만을 들이밀기 보다는 왜 나라 빚이 늘었는 지를 감안하는 겸손이 필요하다.
실업대책과 서민층 지원대책으로 20조원이 넘는 돈을 쓰지 않았는가.
정부 여당도 한번 늘어난 빚을 줄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언제 어떻게 빚을 줄여나갈 지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총선이 20일도 안 남았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정책공방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정치권은 한 표라도 더 긁어모으기 위해 유권자들의 감성과 감정을 자극하는 저질 공방에 빠질 소지가 크다.
"김대중 대통령의 하야론"까지 나오는 판에 여야가 또 어떤 문제로 총선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지 가히 예측하기 어렵다. 저질 공방으로 가열되는 선거전의 한켠에서 만이라도 세련되고 진지한 정책공방이 펼쳐지길 소박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관전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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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한나라당의 파상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 여당은 "웬 뚱딴지 같은 환영"이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경제장관들도 야당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대통령한테 혼쭐이 난 터라 작금의 논쟁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게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장에 동의해서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채무가 4백8조-4백28조원에 이른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보증채무 90조2천억원만 해도 순수한 정부 빚이라고 보기 어렵다.
차주인 금융회사들이 갚으면 정부 부담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여야의 공방을 환영하는 것은 이번 논쟁이 선거 사상 처음으로 정책대결의 장을 여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국가채무에 이은 국부유출 은행퇴출위헌공방은 정치 사회적인 이슈로 발전할수 있는 경제 사안이다.
개인생활은 물론 나라살림과 직접 관련된 경제정책의 산물들이다.
지난 2년간 현 정부의 경제성적에 대한평가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을 둘러싼 공방은 선거때 마다 도지곤 했던 지역감정 부추기기와 달리 이성적인 판단을 가능케 한다.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는 비감성적인 잣대로 양측의 주장을 평가할수 있는 것이다.
뿌리깊은 연고주의나 막무가내식 두들겨 패기가 끼여들 틈이 상대적으로 적다.
몇만원을 쥐어 주면서 자기 당의 주장에 동의해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공방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던 한 두달전만 해도 "역시나"하는 실망에 빠졌던게 사실이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난무하고 금품수수가 잇달아 목격되면서 선거혁명을 기대하던 소박한 꿈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
으레 그렇게 치러질 것 같았던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시작된 여야의 정책공방은 "혹시나"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선거전의 물줄기를 돌려놓진 못하더라도 유권자들로선 양측의 주장을 좀 더 차분하게 따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생각이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양측의 공방이 국민들을 너무나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도를 넘어서고 있어서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워내는게 그리 쉬운가.
비방, 폭로, 금품수수,이념논쟁으로 비화되곤 했던 북풍등등.
생각하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저질 공방으로 날밤을 지새운 과거 선거판이었다.
하루 아침에 공명정대한 경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길도 한 걸음 한 걸음 놓다보면 목적지에 가까워지듯 이번 정책공방도 작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간주하는게 좋을 듯 싶다.
아쉬운 점도 많다.
양측이 아집성 주장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
국부유출논쟁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국내기업들을 지나치게 짧은 시간안에 조건불문하고 외국기업에 팔아치우라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국부유출논쟁으로 비화됐지만 해외매각은 당시에는 어쩔수 없는 "외통수" 였다.
IMF 직후에는 1달러가 아쉬웠다.
선진기법을 도입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위기 극복은 불가능했다.
미국 GM과의 매각협상을 일찍 매듭지었더라면 대우의 침몰을 막을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면 당시 국내기업 매각은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보다 외국인투자 비율이 훨씬 높은 나라에서 국부유출 논쟁이 일어났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맞받아치는 정부 여당의 반격 또한 어설프기는 마찬가지다.
외자유치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외자가 곧 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외자를 유치하지만 외국인들은 돈을 벌겠다는 단 한가지의 이유때문에 한국에 들어 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은행퇴출문제를 놓고도 양측이 좀 더 성숙한 논쟁을 벌이지 못했다.
정부가 당시 5개 은행을 퇴출시킨 후에야 국제 사회는 한국이 금융개혁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됐다.
절차상의 하자를 따지기에는 국가신인도 회복이 처절할 정도로 시급했다는 점을 야당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에 관해서도 한나라당은 4백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만을 들이밀기 보다는 왜 나라 빚이 늘었는 지를 감안하는 겸손이 필요하다.
실업대책과 서민층 지원대책으로 20조원이 넘는 돈을 쓰지 않았는가.
정부 여당도 한번 늘어난 빚을 줄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언제 어떻게 빚을 줄여나갈 지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총선이 20일도 안 남았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정책공방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정치권은 한 표라도 더 긁어모으기 위해 유권자들의 감성과 감정을 자극하는 저질 공방에 빠질 소지가 크다.
"김대중 대통령의 하야론"까지 나오는 판에 여야가 또 어떤 문제로 총선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지 가히 예측하기 어렵다. 저질 공방으로 가열되는 선거전의 한켠에서 만이라도 세련되고 진지한 정책공방이 펼쳐지길 소박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