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은행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이갑현 외환은행장과 신억현 서울은행장대행의 갑작스런 사퇴는 여러가지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이 외환은행장은 주총을 하루앞둔 24일 사의를 포명, 주주총회에서는 후임문제가 전혀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오는 29일 열릴 서울은행 주주총회에서도 은행장선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최고경영자 공맥상태로 은행 주총이 열리고 또 그 후임을 선출하지도 않은채 끝나는 것은 그 원인과 경위가 어떻든 파행적이라고 하겠다.

두 은행장의 사퇴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우선 은행장이라는 자리가 참으로 어려운 자리라는 느낌을 갖는다.이 외환은행장이 물러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노조의 퇴진요구라는 점도 은행장하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현실을 엿볼 수 있게하는 측면이 있다.

신 서울은행장대행의 사퇴는 외환은행과는 경우가 다르지만 ''무력한 은행장''의 모습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는 한가지다.

서울은행 정상화 작업에 끼이지도 못하는 소외감, 그래서 은행 내부적으로도 ''존재''가 보잘 것 없게 된 최고경영자였기에 사퇴외에 달리 선택할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진단이기 때문이다.두 은행장의 사퇴를 계기로 금융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모양이나 우리는 꼭 그렇게만은 보지 않는다.

벌써 오래전부터 서울은행처리를 빠른 시일안에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되풀이해온 정부가 신 행장대행의 사퇴를 계기로 더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결단을 내리게 될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최고경영자 권위부재상태의 은행들이 과연 합병 등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해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노조와의 갈등이 은행장 사퇴를 결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현안과제인 2차 금융구조조정은 지난 98년의 1차때와는 달리 관주도가 아니라 은행의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정부관계자들도 여러차례 분명히한 점이기도 하다.

그렇데 되려면 그 추진축인 은행장의 위치가 확고해야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외환은행장 사퇴 등은 현실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차 금융구조조정이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금융산업발전이나 2차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은행장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경영을 해나갈 수 있는 체제가 확고해야 한다.무엇보다도 정부가 은행장의 존재를 존중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자세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은행장이 안팎으로 치여 설 땅이 없는 상황에서는 책임경영이나 자발적인 금융개혁은 애당초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