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베란다

건설교통부가 화단조성을 조건으로 베란다 넓이를 늘려주는 등 아파트 미관 개선을 위한 건축법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대로라면 오는 7월부터 지어질 아파트는 앞베란다가 30% 가량 넓어지고 현재 어느 아파트나 동수만 적힌 옆벽에도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맣고 예쁜 발코니와 창이 생긴다. 입주기피층인 1층은 없어지고 그 자리엔 필로티(기둥)와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기존아파트도 늘어나는 베란다 하중을 지탱할 기둥만 설치하면 새 기준에 맞게 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만 되면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께 국내 아파트의 모습은 확 바뀌게 될 것이다. 넓이가 어정쩡해 쓸모없는 공간으로 있거나 거실확장을 위한 불법개조 대상으로 여겨져온 앞발코니가 화단 옆에 야외테이블을 놓을수 있는 옥외공간으로 탈바꿈할 터이기 때문이다.

옆벽의 발코니와 창 또한 생기있는 아파트를 만드는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업계가 아파트의 구조를 바꾸고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IMF체제 이후다. 이전엔 짓기만 하면 팔린 탓에 방음 방수 문제조차 개선하지 않은채 공급했었다.

그러다 IMF체제 아래 미분양사태가 속출하자 같은면적이나마 좀더 쓸모있고 아름답게 만들려는 노력이 생겨났고 그 결과 안목치수를 적용,전용면적을 넓혀주는가 하면 20평대에 화장실 2개 만들기,30평대에 거실과 방2개를 전면배치하는 3 Bay 방식등을 도입했다.

마감재 고급화와 주방동선 개선에 이어 그토록 오랫동안 모른체하던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바닥에 충격방지재를 설치한다고 나섰다. 최근엔 여기에 단지 설계때부터 방향과 조망 스카이라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동을 배치하고 지상공간을 모두 녹지로 만드는 방안도 강구할 정도다.

아울러 초고속정보통신망 설치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편리하고 실용적이되 자연과 인간이 조화되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각오다. 중요한건 이처럼 시장경제의 원리다.

베란다를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방침 또한 아파트입주자들의 기호와 맞아 떨어져야 실효를 거둘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