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파산 직면한 타이거펀드

대형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누적된 투자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는 지난 98년 사실상 도산상태에 빠졌던 롱텀캐피털(LTCM)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산사태로서 앞으로 세계증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첨단기술주식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비슷한 도산사태가 줄을 잇지 않을까 하는 점도 관심거리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타이거펀드의 도산이 세계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LTCM의 경우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돼 있는데다 타이거펀드의 실적이 부진하자 거액의 위탁자금이 이미 인출됐기 때문이다. 국내증시에서도 보유주식의 대부분을 팔고 남은 주식규모는 약 2천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대목은 타이거펀드가 첨단기술주식 대신 전통적인 우량기업과 금융기관 주식을 주로 샀다가 큰 손해를 본 것이 파산원인이라는 점이다.

펀드를 설립한 지난 80년 이후 최근까지 연평균 26%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던 "가치투자"방식도 지난해 전세계를 휩쓴 인터넷.벤처붐에 맥을 못춘 셈이다. 막강한 정보력과 전문인력을 가진 대형 헤지펀드도 한순간 판단을 잘못하면 거액의 손실을 보기 쉬우며 요즘은 세계경제의 변화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가지 강조할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산규모가 30억달러를 넘거나 순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대형 헤지펀드들은 분기별로 자산내역을 공시하도록 하는 "헤지펀드 공시법"이 지난달 17일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것이 좋은 예다.

같은 이유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서울포럼에 참석중인 21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헤지펀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직접규제를 검토하기로 한 것도 시의적절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