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27) 제1부 : 1997년 가을 <3> '흔들리는 노욕'

글 : 홍상화

저녁 7시 반경 황무석은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연습을 끝내고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었다. 그의 옆을 지나던 이 프로가 그에게 다가와 황무석의 골프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채 얼마 주고 사셨어요?"

"내가 산 게 아니야.사업하는 친구가 선물한 거야"

대해실업과 거래가 있는 하청업체 사장이 지난 추석 때 선물이라며 보내왔기에 그것은 사실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혼마 파이브 스타가 제일 나아요. 세트 시세가 천만 원 가까이 될걸요"

"모르겠어.

조금 있으면 별 하나 더 단 식스 스타가 나오겠지 뭐.골프채라는 게 한이 있어?

근데 말이야.

골프채만 보아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너무 사치하는 것 같아...

캘러웨이 골프채 얘기 들어봤어?"

"캘러웨이라면 드라이버로는 단연 세계 제일이지요.

무슨 얘긴대요?"

"캘러웨이에서 새 모델을 냈는데 말이야.

처음 1개월 동안 우리 나라에서 판매된 숫자가 미국 전체 판매보다 더 많았대."

"정말이에요?"

"참 기가 찰 노릇이지.

미국의 경제력이 우리 나라의 20배 가까이 될 텐데 말이야.

이러다간 우리 나라 사람 전부 다 깡통 차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사회 전체가 다 그 모양인데 할 수 없지요 뭐.

전직 대통령이 5천억이란 엄청난 돈 을 꿍쳐놓고 있었는데 말해 무엇하겠어요.

.황 사장님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더 못 치겠어.

영 안 맞아.

기분 상하는 일이 있어 컨디션이 영 안 좋아"

황무석은 어제 저녁 주가조작에 관하여 진성호와 나눈 대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밤도 잠을 설쳤고 오늘 밤도 쉽게 잠들기는 그른 것 같았다.

편히 잠들기 위해서는 젊은 프로여자와 벌이는 최고의 에로티즘이 최선의 방법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럼 내일 뵙겠어요"

이 프로가 그곳을 떠나자 혼자가 된 황무석은 골프화를 벗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정숙 교수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혹은 눈치를 챘는지 대해실업의 주가를 조작한 약점을 잡아 위자료를 왕창 뜯어내기 위해,한때 살을 섞고 살던 남편에게 공갈을 치는 걸로 보아 보통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

잘못 다루었다간 물불 안 가리고 덤빌 위인임에 틀림없는데 진성호가 머리는 잘 돌리지만 급한 성미 때문에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었다.

어떻게 하지?

황무석은 자신에게 물었다.

이정숙,이년 입을 어떻게 하면 영원히 봉해버릴 수 있지?

하 참.지금 이 나이에 이런 고민이 생기다니...

애시당초 김명희를 진성호와 연결시켜주는 게 아닌데...

황무석은 후회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황무석이 골프 연습장을 나와 대기하고 있는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동네 옆 로터리 근처에 나 내려주고 퇴근해" 차가 움직이자 황무석이 기사에게 지시했다.

로터리 근처 이발소에서 최상의 에로티즘을 경험할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