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부동산] 전세/매매 양극화...바람이 셀땐 기다려야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전세는 4개월째 매물이 달리는 가운데 가격이 오르는 반면 매매시장은 거래부진속에 보합세를 지속하고 있다. 통상 전세값이 오르면 2~3개월 후 매매가를 자극해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세 따로,매매 따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기류가 가장 두드러지는 쪽은 전세시장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은 매매가의 절반을 넘어서 사상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소형평형은 전세값이 매매가의 90%에 육박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말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매매가대비 51.5%에 달한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96년말의 50.3%를 4년만에 돌파한 것이다.

서울 외곽쪽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5대신도시 전세가는 매매가의 55.3%까지 치솟았다. 이들 지역의 10평형대 아파트 전세값 비중은 80~90%에 이른다.

20평형대 전세를 얻으려면 8천만원이상을 주어야 한다.

2년전에 비해 2배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전세난이 해소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있다.

매물부족은 한층 심해지는 반면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협회가 94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4만4천5백39가구로 지난해보다 2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이같은 공급감소가 전세수급을 악화할 것이란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세수요자들이 연립 다가구 단독주택을 외면하는 추세도 전세품귀를 부채질하고 있다.

아파트보다 편의성이나 환금성에서 뒤지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전세를 서울 외곽쪽에서 구할지언정 이들 주택쪽으론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품질이나 주거환경 측면에서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간 격차가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면서 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 구입을 기피하는 점도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기존 아파트를 사기보다 청약통장을 활용해 새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는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에게 "찬밥"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세를 얻거나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이제 좋든 싫든 이같은 시장변화의 흐름을 읽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IMF체제 이후 주거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뀐 점을 감안,단기적인 시장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집을 고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