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벤처기업 금융업진출 신중해야

성공한 벤처기업들간에 번지는 금융업 진출붐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세계수준에 비하면 여러모로 부족한 국내 벤처기업들이 벌써부터 사업다각화에 신경을 쓰는 것은 해당기업은 물론 우리경제의 앞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다각화에 따른 해악이 아직도 우리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마당에 일부 벤처기업의 섣부른 금융업 진출이 벤처붐의 부정적 측면을 더욱 부각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금융업진출 건수만 해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골드뱅크가 동양상호신용금고를,한국디지탈라인이 동방상호신용금고를,텔슨전자가 산은상호신용금고를 인수했고 팬택의 한국할부금융 인수가 확정적이라는 발표 등이 그런 예다.

게다가 최근 세계적으로 첨단기술주에 대한 투자열기가 식으면서 코스닥도 폭락세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벤처기업의 금융회사인수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벤처기업의 금융회사 인수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를 구성해 시너지효과를 거두겠다는 사업다각화 이외에 안정적인 자금확보를 위해서도 그렇고,금융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 잘만 하면 금융구조조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조차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대보다 걱정되는 구석이 더 많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선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성공확률이 낮은 모험기업이기 때문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점에서 볼때 금융기관을 인수해 벤처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자칫 금융기관 보유자산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벤처기업의 사업다각화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무엇이 다르냐는 시비는 둘째 치고 적어도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만큼은 피할 수 없다.

다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기술개발을 위해 매진하는 벤처정신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굳이 벤처기업을 통하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벤처캐피털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벤처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면서 엄청난 금액의 자금과 많은 우수한 인력이 벤처기업으로 옮겨간 마당에 만일 벤처열기가 거품으로 끝난다면 임직원과 투자자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해인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벤처기업들은 지금이라도 사업확장에 앞서 내실부터 튼튼히 다지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