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총선 막바지의 악몽..홍준형 <서울대 공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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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이 박두했다.
이번 총선은 김대중정권 후반기의 정치적 지형을 좌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위기의 극복과 개혁정치의 성공 여부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어떤 선거보다도 파란만장하고 우여곡절이 많다.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나서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과 위법시비가 빈발하는 가운데 선거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들의 납세실적 병역사항과 전과사실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됐다.
4.13 총선 출마자 중 납세나 병역에 관한 국민의 기본의무를 불이행했거나 탈세 병무비리 등의 의혹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마자의 16%를 넘는 1백90명이 금고 이상의 전과기록을 갖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확인됐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일단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게 후보자들의 면모를 알 수 있게 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이나 선거구에 따라서는 후보자들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기 어렵거나 마땅히 뽑고 싶은 후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히려 전과사실이 공개돼도 그 배경이나 성격이 명확하지 않아 유권자들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독재정권에 항거해 투쟁하다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권에 밉게 보여 파렴치범으로 몰렸다는 변명에 힘줄을 세우는 사람도 있고 일부에서는 민주투사들의 사상편력을 의혹에 찬 눈초리로 보기도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전과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사실확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실을 놓고 해석을 달리 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아무튼 전과사실이나 납세실적 병역사항 등 유권자들의 선택에 필요한 고려사항들이 공개됐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정말 지겨울 정도로 여전히 지역감정이라는 이름의 고질이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막가파"식의 지역감정 부추기기 전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러하기에 선거를 통한 정치의 일대혁신을 이루기를 염원하는 온 국민의 여망이 다시 한번 일장춘몽이 되지 않나 하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빛좋은 개살구 식의 공약 대결로는 승부를 낼 수가 없다.
선거판은 지역감정 부추기기,인신공격과 비방,유언비어로 날로 황폐화해 간다.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선거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고질적 병폐가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한 조짐이 보인다.
이른바 선거 직전 돈살포의 악몽이다.
엉망진창이 돼 버린 선거판에 꾼들이 나선다.
당당하게 그들은 말한다.
경합지역에서 승리하려면 몇십억원이 필요하며 마지막 사흘간,아니 전날 돈살포가 대세를 바꾼다고.
이들은 자신들의 비결을 경험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선거는 선거고 이기는 것보다 더 나은 선거전략은 없으니 고상한 이야기는 집어치우라는 선거꾼들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선거판을 지배한다.
궁지에 몰린 후보들은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다.
심지어는 선거를 연구하는 학자들마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유권자들은 또 어떨까.
여기서 우리는 선거민주주의 최악의 함정과 만난다.
언제적 얘기인가.
천년을 넘긴 오늘 다시 선거 막바지의 악몽이 되살아나려고 하지 않는가.
아니 이미 그 악몽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금권타락선거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특히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 공명선거를 책임지는 국가기관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이 총선 막바지의 악몽에 대해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4.13 총선이 공명정대하게 치러졌는가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책임임을 명심할 일이다.
언론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눈을 부라리면서 선거부정의 현장을 탐지하고 알릴 책임이 있다.
그러나 역시 믿을 것은 시민단체들이다.
그 동안 낙천.낙선운동으로 고단한 역려를 거듭해 온 시민단체들은 지칠대로 지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시민단체들에 남은 모든 힘을 모아 이 악몽을 퇴치하는데 나설 것을 주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그 악몽이 되살아나는 날에는 유권자 혁명도 선거민주주의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이 2000년 한국민주주의의 악몽이 되지 않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경계하자.
경계하고 또 경계하자.누가 표도둑질 하는지를.
joonh@ snu.ac.kr
이번 총선은 김대중정권 후반기의 정치적 지형을 좌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위기의 극복과 개혁정치의 성공 여부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어떤 선거보다도 파란만장하고 우여곡절이 많다.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나서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과 위법시비가 빈발하는 가운데 선거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들의 납세실적 병역사항과 전과사실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됐다.
4.13 총선 출마자 중 납세나 병역에 관한 국민의 기본의무를 불이행했거나 탈세 병무비리 등의 의혹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마자의 16%를 넘는 1백90명이 금고 이상의 전과기록을 갖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확인됐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일단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게 후보자들의 면모를 알 수 있게 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이나 선거구에 따라서는 후보자들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기 어렵거나 마땅히 뽑고 싶은 후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히려 전과사실이 공개돼도 그 배경이나 성격이 명확하지 않아 유권자들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독재정권에 항거해 투쟁하다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권에 밉게 보여 파렴치범으로 몰렸다는 변명에 힘줄을 세우는 사람도 있고 일부에서는 민주투사들의 사상편력을 의혹에 찬 눈초리로 보기도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전과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사실확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실을 놓고 해석을 달리 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아무튼 전과사실이나 납세실적 병역사항 등 유권자들의 선택에 필요한 고려사항들이 공개됐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정말 지겨울 정도로 여전히 지역감정이라는 이름의 고질이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막가파"식의 지역감정 부추기기 전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러하기에 선거를 통한 정치의 일대혁신을 이루기를 염원하는 온 국민의 여망이 다시 한번 일장춘몽이 되지 않나 하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빛좋은 개살구 식의 공약 대결로는 승부를 낼 수가 없다.
선거판은 지역감정 부추기기,인신공격과 비방,유언비어로 날로 황폐화해 간다.
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선거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고질적 병폐가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한 조짐이 보인다.
이른바 선거 직전 돈살포의 악몽이다.
엉망진창이 돼 버린 선거판에 꾼들이 나선다.
당당하게 그들은 말한다.
경합지역에서 승리하려면 몇십억원이 필요하며 마지막 사흘간,아니 전날 돈살포가 대세를 바꾼다고.
이들은 자신들의 비결을 경험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선거는 선거고 이기는 것보다 더 나은 선거전략은 없으니 고상한 이야기는 집어치우라는 선거꾼들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선거판을 지배한다.
궁지에 몰린 후보들은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다.
심지어는 선거를 연구하는 학자들마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유권자들은 또 어떨까.
여기서 우리는 선거민주주의 최악의 함정과 만난다.
언제적 얘기인가.
천년을 넘긴 오늘 다시 선거 막바지의 악몽이 되살아나려고 하지 않는가.
아니 이미 그 악몽이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금권타락선거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특히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 공명선거를 책임지는 국가기관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이 총선 막바지의 악몽에 대해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4.13 총선이 공명정대하게 치러졌는가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책임임을 명심할 일이다.
언론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눈을 부라리면서 선거부정의 현장을 탐지하고 알릴 책임이 있다.
그러나 역시 믿을 것은 시민단체들이다.
그 동안 낙천.낙선운동으로 고단한 역려를 거듭해 온 시민단체들은 지칠대로 지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시민단체들에 남은 모든 힘을 모아 이 악몽을 퇴치하는데 나설 것을 주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그 악몽이 되살아나는 날에는 유권자 혁명도 선거민주주의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이 2000년 한국민주주의의 악몽이 되지 않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경계하자.
경계하고 또 경계하자.누가 표도둑질 하는지를.
joonh@ 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