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선] 한라공조 '재해복구 시스템'..기업DB 완벽보관

지진 홍수 화재 등으로 기업의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면 어떻게 될까.

지난 98년 미국 텍사스대학의 한 조사에 따르면 재해복구대책이 없는 기업의 경우 재해발생시 43%의 기업이 즉시 도산하며,51%의 기업이 복구불능으로 2년내에 조업을 중단해 도산한다고 한다. 그만큼 현대 기업의 전산시스템은 기업의 운명과 직결될 정도로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 호주 등은 전 산업 부문에 걸쳐 재해에 대한 복구계획 및 대책이 수립되어 있으며 동남아에서도 금융 기관이나 항공사들은 재해복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전산시스템의 의존도가 높은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전산재해 발생에 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자동차용 핵심부품 제조업체인 한라공조는 지난 1월 국내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했다.

재해복구시스템은 해당 기업이 재해로 인한 업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해복구계획수립,데이터 백업 등을 해놓은 뒤 전산센터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격지에 있는 재해복구센터에서 전산서비스를 재개할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한라공조는 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전산시스템이 불의의 사고로 중단되더라도 24시간 이내에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다루는 전산자료는 60~7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고객 매출 품질 기술연구 관련자료는 물론 생산 현장에서 발생된 실적,계획,전표입력자료 등 다양하다.

이 회사는 새로운 자료가 생겨날 때마다 2개의 디스크에 별도로 저장한다. 하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 대비해 전산실에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외부(리모트 사이트)에 보관한다.

리모트 사이트에는 방화캐비닛에 보관하기 때문에 웬만한 재해에도 자료가 훼손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관된 자료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데이터가 손상될 경우 즉시 계약업체인 IBM데이터 센터로 옮겨진다.

IBM데이터센터는 이 회사 시스템과 동일한 운영체계와 프로그램을 갖추고 이 자료를 복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는 다시 전용선을 통해 한라공조 대전공장및 평택공장으로 옮겨져 전산시스템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이 전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24시간이다.

재해복구시스템은 5가지로 구성된다.

재해에 대비한 복구 계획절차 확립,재해복구시스템 보유및 계약을 통한 확보,원격지에 보관된 시스템및 중요 데이터베이스 백업,재해복구시스템 테스트,재해복구계획 유지 보수 등이다.

재해복구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테스트를 해야하고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유지.보수도 해줘야 한다.

이에따라 한라공조는 매년 분기별로 한번씩 IBM과 재해복구서비스 테스트를 실시한다.

또 한라공조의 시스템 환경이 변화할 경우 즉시 IBM데이터센터의 시스템도 바꾸게 된다.

재해복구서비스는 일종의 보험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재해복구서비스에 따르는 비용만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귀중한 회사자산을 보존할수 있다.

이 회사는 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전산정보손실에 따른 불안감 해소 완벽한 전산서비스기업이라는 이미지 홍보 자체 백업센터를 구축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 절감 주기적인 테스트 실시를 통한 시스템프로그래머의 실력 향상 등 유무형의 이득을 보고있는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이 회사가 다른 기업에 앞서 재해복구시스템을 도입한데는 사실상 외국기업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사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사가 전체 지분의 70%를 갖고있다.

포드사는 모든 계열사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권장하고 있다. 정희수 전산기획팀 과장은 "기업의 전산시스템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은 앞으로 많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며 "자체적으로 재해센터를 운영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도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