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배심원없는 '교향악축제 배심원제'

"2000 교향악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배심원제가 애초 기대에 못미치는 "빛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원래 전문가,기자 및 평론가,동호회,일반 관객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다각적인 감상평을 받는다는 방침이었으나 일반 관객을 제외한 음악애호가들의 참여부족으로 내실있는 설문조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교향악축제를 기획한 예술의전당은 콘서트홀 가운데 C열에 배심원을 위한 좌석 40석을 확보해 놓고 있다.

그러나 설문에 참여한 배심원들이 한 공연에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20명 밖에 안돼 고민에 빠졌다.

특히 지휘자 연주자 음악비평가 등 전문가들의 참여가 극히 적어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8일까지 배심원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연당 1명에서 5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설문조사 결과를 다음번 교향악축제 참여단체를 결정하는 자료로 쓴다는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일반 관객을 위한 설문조사도 처음에는 6개 항목에 걸쳐 주관식으로 감상평을 받았다. 하지만 관객들이 치밀한 관찰과 감상을 토대로 충실하게 응답하지 못하자 4개 항목을 "매우 좋다-좋다-보통이다-부족하다"등 객관식으로 바꿨다.

연주전반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도 아주 평이한 수준의 답들만 수북이 쌓였다.

"통일된 음악적 주장과 해석이 아쉬웠다""관악파트 소리만 너무 크고 고른 소리울림이 부족했다""단원들이 지휘자에 맞추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 했다"는 정도가 그나마 괜찮은 반응이었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좋지만 "선언"에 그치지 말고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상당한 감상력을 갖고 있는 PC동호회 회원들에게 다음 기획음악회에 단체매표할 경우 할인폭을 더 늘려준다든지,일반 관객들의 설문중 내용이 훌륭한 것을 뽑아 음반을 선물한다든지 하는 유인책을 개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참여 교향악단의 개성과 연주색깔을 찾아준다는 애초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남은 5차례 연주회에서라도 배심원제 실시를 세련되게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