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OC에 프로젝트별 재원조달 .. 전경련, 北 지원 방안

재계가 민간차원의 남북경협 방안을 마련,남북경협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발표한 남북경협 지원방안은 무엇보다 낙관적인 재원조달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의 부족한 외환사정으로 볼 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대북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일부 우려에 대해 "재원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경련의 입장이다.

전경련은 자금융통의 한 방식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가 활용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카드를 제시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별다른 보증없이 SOC(사회간접자본)같은 프로젝트의 사업성만을 보고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달러가 모자란 북한 정부로서는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대출기관은 프로젝트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대출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을 제공하는 측에선 대규모 시설자본재를 수출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전경련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북한내 항만시설 전기 도로 및 통신망 등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 활용할 경우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게다가 일정기간 공공시설 사용료를 걷은 뒤 소유권을 넘겨주는 BOT방식까지 적용할 경우 SOC투자에서 자금조달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 기업들이 남북정상회담이후 가장 노리고 있는 대북투자 분야는 SOC부분이다.

재계는 단독 또는 유럽연합(EU) 등 제3국과 SOC분야에 공동진출할 것을 검토중이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SOC투자에서 민간기업이 보유한 건설중장비와 북한의 건설인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면 예상만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재원조달 문제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어렵다면 투자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경공업분야는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공업투자에서 북한의 값싼 양질 인력 및 원자재와 우리 기업의 경영기법을 접목시킬 경우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남북경협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선 남북정상회담에서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법적.제도적 장애요인에 대한 확실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계 내부에서도 대북사업을 놓고 과당경쟁이나 중복투자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기업들에도 주문했다.

재계는 현재 도로 건설 등 북한내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 마련에 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

국제 금융기관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획도 우리 재계의 희망사항이다.

EU 등 외국 기업인과의 공동 진출 계획 역시 아이디어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재계 공동의 기금 조성 방안도 대기업들의 최근 자금사정을 볼 때 쉬운 것은 아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대상이 북한이든 아니든 투자는 해당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원칙론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정구학 기자 cg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