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환경 '문단의 그린라운드'..22~23일 '시인과 환경' 대토론회

문단에 부는 "녹색 시학" 바람.

시인들이 생태환경시를 통한 생명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문예지들도 시와 생명을 주제로 한 특집을 잇따라 기획하고 있다.

의식있는 문화재단에서도 문단의 "그린라운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박경리)이 오는 22~23일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개최하는 "시인과 환경" 대토론회에는 시인 문학평론가 대학원생 80여명이 참가한다. 한국방송광고공사 후원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문인들의 주제발표와 토론,환경사랑 이벤트가 펼쳐진다.

중진시인 정진규 이수익 오탁번 유안진씨를 비롯 이문재 박라연 장석남씨 등 젊은 시인들의 시낭송도 곁들여진다.

시인 이성선씨는 발제문 "생명.우주율.시"를 통해 시와 생명,우주의 화음에 대해 얘기한다. 그냥 좋은 시를 쓰자는 차원이 아니라 자연과학계의 검증된 자료들을 폭넓게 동원,진정한 생태환경시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꽃과 대화하고 음악을 들려주는 "원예치료" 사례들을 소개한다.

경기도 안산의 난화원 "수자원"에서 음악치료로 꽃손상의 90%를 막는 현장을 확인한 뒤 "사람이 꽃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꽃이 사람을 치료하기도 한다"고 일깨운다. 1995년 일본에서 식물의 노래를 악보로 옮겨 적는 전곡장르가 창안된 배경도 알려준다.

이른바 "그린 음악"의 효과와 "식물에도 오감이 있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이씨는 "우리가 죽었다고 믿는 무생물까지도 존귀한 우주의 일원으로 연결된 생명"이라며 "각 개체의 파동과 리듬이 우주율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장시 "밧줄"에서 동식물과 인간의 대화장면을 묘사했던 그는 "원주민들이 흙의 소리를 알아듣듯 우리 몸은 우주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귀"라고 말한다.

잘 들을 줄 아는 자가 깨어 노래할 줄 안다는 것이다.

시인 최동호씨는 발제문 "새로운 세기에도 시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서 생태시와 시인의 역할을 심도있게 다룬다.

그는 앞으로 시의 존재양식을 세가지로 대별한다.

첫째는 거대 패러다임이 세분화되고 시적 운동이 소집단화될 것이며 동질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시로 표현함으로써 존재의미를 확인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둘째 전파매체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시의 양식도 노래 춤 등의 여러 장르와 융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셋째 레고게임같은 조립.해체의 놀이문화가 확산되겠지만 시의 경향은 명상과 관조를 통해 자기존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쪽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지상의 유토피아로부터 소외되면서 그 속의 불안을 위로하는 예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유전자지도가 완성되고 생명복제가 가능한 세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적"과 싸우는 게 시인들의 몫이라며 "그럴 때 생태시는 가장 뚜렷한 대상과 목적을 갖는다"고 말한다.

시인 김광규씨는 "환경문제와 현대시"를 통해 국내외 시인들의 작품들을 분석한다.

그는 환경파괴 실태나 현장고발은 언론매체가 담당하고 생태운동은 환경단체들이 맡는 게 좋지만 심각한 생명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은 시인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생태시가 사실보도나 구호가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고두현 기자 kd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