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토종생물

생물보전학은 시간이 제한된 과학이다.

수백만가지 종이 몇십년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생물의 다양성 보존이 중시되는 건 종은 한가지만 손실돼도 먹이사슬로 연결된 수많은 다른종의 멸실로 이어져 생태계 전체의 불안정이나 붕괴를 초래할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현존 동식물은 모두 35억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획득된지혜를 갖고 있다는 생물학자 토드의 말도 종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생태계가 다양할수록 손상된 부분을 치유할수 있는 자체 조절능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늦게나마 국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희귀 자생생물 2백1종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다.

마구잡이 반출이 금지된 토종생물엔 쉬리 각시붕어 점몰개 어름치 꾸구리 돌상어 금강모치 열목어등 어류와 가시연꽃 줄석송 나도고사리 물고사리 설악눈주목 눈향나무 너도밤나무 금강초롱꽃등이 포함돼 있다.

쉬리 금강모치 각시붕어 특산 민물고기는 몸에 주황과 파랑등 색띠가 있어 관상용으로서의 가치가 높은데도 그동안 거의 무시돼 왔다. 가시연꽃 또한 전세계적으로 1속1종밖에 없는 희귀종이고 발아율이 4%밖에 안돼 증식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생지를 보존하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밖에도 크고 번식력 좋은 외래종에 혹해 자생 동식물의 보존을 소홀히 하는 동안 약재나 관상용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토종 상당수가 해외로 유출됐다.

현재 세계각국은 토종 동식물의 해외바출을 막는 한편 재래종자의 저장과 재생에 힘쓰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한 기적의 품종들은 전통적으로 재배되던 다양한 농작물을 바꿔놓지만 토착종들이 그 지역의 해충과 질병에 대해 내성을 갖고 있는데 반해 신품종과 외래생물은 그렇지 못해 자칫 생태계 전체를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탓이다.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환경부의 이번 보호조치로 우리국민 누구나 이땅에서 살고 자라는 토종동식물의 소중함을 재인식, 터풀 하나라도 아끼고 가꾸는 풍토가 확산됐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