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렌드] 헌책-전문화로 아마존과 경쟁

전자상거래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이름중 하나가 아마존(Amazon. com)이다.

일반인에게는 최초의 인터넷 서점으로, 그리고 요즘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종종 회자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명성이 이렇다 보니 아마존과 경쟁하는 소규모 온라인 서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산 없는 싸움이라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렇다면 골리앗에 대한 다윗의 도전은 불가능한 것인가.

최근 미국의 소형 온라인 서점들은 각각 나름대로 특화한 생존 전략을 통해 이같은 일반인의 관념을 보기좋게 깨뜨리고 있다. 아마존은 대형 온라인 서점 사이트가 갖춰야 할 면모에 대해 일종의 "규범"을 세운 선구 업체다.

3백만종에 달하는 서적 목록과 믿을 만한 물류 및 배달 체계, 독자들이 제공하는 서평과 뛰어난 서비스, 그리고 기존 구매자료를 통해 추천 도서 목록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는 아마존을 성공으로 이끈 힘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아마존의 "완벽함"이 바로 다른 서점들에는 틈새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수십년전 반즈 앤드 노블(Barnes & Noble)이나 보더스(Boders) 같은 대형서점의 출현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았던 소형 서점들이 그 후 독특한 자산을 개발,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했듯이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도 소형 서점들은 나름대로의 활로를 모색, 보기 좋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틀랜드에 있는 파월스 서점(Powell"s Books)은 훌륭한 사례로 꼽힐 만하다.

포틀랜드 지역에 최대 규모의 헌책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파월스는 신간 부문에서 아마존과는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 아마존과의 차별성을 꾀할 수 있는 틈새시장 개척에 나섰다. 파월스는 포틀랜드 7개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헌책들을 온라인 사이트에 등록, 헌책 부문에서 아마존에 버금가는 물량을 갖춰 놓았다.

요컨대 파월스의 전략은 지역성에 기반을 둔 철저한 틈새시장 공략이었다.

헌책을 취급하는 만큼 가격면에서 아마존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이 온라인 서점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파월스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에 도전했던 아메리카온라인(AOL)이 그랬던 것처럼 업계 전체의 사정에 비춰봤을 때 상당히 예외적인 입장에 속한다.

현재 소형 온라인 서점들중 파월스만큼 다양한 자원을 확보하고 성공적인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업체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월스도 어떻게 보면 이제는 헌책 분야에서는 아마존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또 다른 방법으로 온라인 서점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지난 99년 퍼블리셔 위클리(Publisher Weekly)가 "올해의 서점"으로 선정한 코네티컷 주의 R J 줄리아 북스(R J Julia Books)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업체다.

줄리아 북스의 웹사이트에서는 모든 품목을 골고루 다루기보다는 업체의 특징을 살려 비교 우위가 있는 분야를 특화, 그 분야 관련 서적을 집중 취급하고 있다.

일종의 온라인 전문서적인 셈이다.

이 사이트는 전국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읽어야 할 베스트 서적 리스트"를 모두 갖추고 있다.

배달은 기본이고 주요 신간정보 및 서평자료가 포함된 비즈니스 서적 전문 뉴스레터를 출판한다.

서점에서 벌어지는 지역 행사 가이드도 빠뜨릴 수 없는 서비스다.

전문화와 지역 행사까지 챙기는 지역토착화를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줄리아 북스 사이트는 사이트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4만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운영 비용으로도 매월 1천달러를 쓰고 있다. 이들 두 온라인 서점은 어떤 업종에서 절대 강자가 등장,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 여기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다른 전자상거래 분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선태 기자 orc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