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2천만권의 작가

이문열(52)의 소설 판매량이 2천만권을 넘었다고 한다.

"삼국지""수호지"를 제외한 순수창작물만 1천만권이상이라니 국민작가라는 칭호에 손색이 없는 셈이다. 미국에서도 밀리언셀러는 드물고,프랑스에선 5천권만 팔려도 성공작이라니까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그의 젊은날은 고난과 방황으로 점철됐다.

6.25로 집안이 풍비박산나는 바람에 고교와 대학 입학자격을 검정고시로 얻었고 애써 들어간 대학도 얼마 못다녔다. 작가꿈을 접고 고시공부에 매달렸으나 뜻대로 안돼 군대에 갔고 제대후엔 또다시 막막한 세월을 견뎌야만 했다.

문단의 주목을 받은 건 1979년 "사람의 아들"이 민음사 제정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이어서 내놓은 "젊은날의 초상"이 연속 히트하면서 대형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등 밀리언셀러와 "변경"(12권) "대륙의 한"(6권)등 대하소설을 내놨다.

김삿갓을 재조명한 "시인"과 조선조여성의 삶을 다룬 "선택"등 발표작마다 화제를 일으켰고 근작 "아가" 또한 페미니즘 논란속에 3주동안 5만권이상 팔려나갔다.

다작인데도 태작이 없고 장르 또한 역사 사회 연애 성장등을 망라한다.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한편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 과거회귀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그의 생각은 단호하다.

자신의 관심사는 이념보다 인간성 추구,가치관의 갈등,명분과 실체의 괴리라는 것이다.

"시인"을 쓰기 위해 홍경래난연구와 민란연구는 물론 김삿갓관련 석사논문까지 몽땅 뒤질 만큼 방대한 독서와 철저한 자료수집도 작품세계를 풍성하게 하는 요인이다.

평론가 이인화는 그를 "한국인의 삶을 뿌리 줄기 이파리까지 그려낸,가장 질적인 의미의 국민작가"라고 평하거니와 실제 그의 소설은 유려한 문장과 박학다식한 내용,날카로운 심리묘사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는 그동안 번 돈으로 경기도 이천에 부악문원이란 사숙을 마련,숙식일체를 무료로 제공하며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진정 큰 작가다운 그의 작품세계가 더욱 넉넉해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