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차없는 세종로

미국의 우주과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저서 "에덴의 용"에다 일반인의 인식을 돕기위해 우주의 역사 1백50억년을 1년으로 압축한 우주력을 만들어 놓았다.

그의 달력에 의하면 정월 초하룻날 빅뱅이 있은 후 5월1일에 은하계가, 9월9일에 태양계가 형성되고 지구는 9월14일에 생성된다. 산소가 들어 있는 대기가 생기는 것은 12월에 접어들어서다.

공룡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났다가 28일에 멸종된다.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는 것은 12월31일 밤 10시30분쯤의 일이다. 우주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역사는 이처럼 상상하기 힘들 만큼 짧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동안 경이적인 문명의 발전을 거듭해 오면서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구의 환경위기 유형중 대표적인 것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다. 화학폐기물 때문에 생기는 공기와 물의 오염은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협한다.

뿐만 아니라 예측불허의 기후변동을 가져와 지구를 사막화하기도 하고 집중호우를 몰아와 습지와 건조지대를 뒤바꿔 놓기도 한다.

또 남.북극의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환경전문가들은 25년 뒤에는 그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늘어나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가고 해수면의 수위가 95cm나 높아져 육지의 5%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OECD의 1999년 환경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단위면적당 대기오염물 배출량은 멕시코보다 14~20배나 높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한국 대기오염의 주범은 지난 1월 1천1백만대를 넘어선 자동차 매연에 들어있는 이산화질소라고 한다.

환경부와 민간환경단체들이 어제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 서울 중심부인 세종로의 차량출입을 통제, "지구의 날"(22일) 기념행사를 벌였다. 광주 수원 등 14개 지방도시도 동시에 가진 행사다.

다소 불편이 따르는 상징적 행사이긴 하지만 대기오염을 줄여야 건강한 삶이 유지되고 나아가 지구온난화가 해결될 수 있다는 걸 조금이라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긴 해도 매년 환경운동가들의 잔치로 끝나는게 아쉽다.